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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사회이슈

노회찬, 참 정치인을 추모하며


  며칠 전 폭염도 잊게 만든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지난 23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별세 소식이었는데요,

처음 기사 제목을 봤을 때 이건 뭔가 싶어 정말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23일, 날짜를 보니 왠지 익숙한 숫자라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 노무현 대통령이 2009년 5월 23일에 삶을 마감했는데, 같은 날이었습니다.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삶을 정리한 노회찬!

대한민국에 수많은 정치인이 오고 갔으나 죽음이 가슴 아픈 경우는 몇 번 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가슴 아픈 경우였고 이번이 두 번째로 큰 상실감을 느낍니다.

영결식이 거행되는 오늘 27일, 무거운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정치인 노회찬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김종필을 누르고 비례대표로 당선된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 생업에 바빠 정치에 무관심하다가 삼성엑스파일사건으로 재 주목했던 기억이 납니다.


2005년 노대표가 삼성 로비의혹을 받는 검사 7인의 명단을 인터넷에 폭로했던 사건인데요,

해당 검사들로부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당했고 2013년 의원자격을 상실합니다.


'도둑을 잡으라고 소리쳤는데 도둑은 안 잡고 소리친 사람만 잡은 셈'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로비 의혹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공익을 위해 폭로한 사람이 역처벌받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의는 역시 없구나 하는 사실과 그럼에도 용기를 낸 노의원을 더욱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정의와 진보가 확대되어야 함에도 진보정당의 설자리는 좁다는 점입니다.





  남북분단 상황을 악용하여 60년간 집권한 극우보수세력과 민주보수세력의 양대산맥속에서,

노회찬의원은 진보정당의 기둥이었으나 집권은커녕 스스로의 앞가림조차 늘 힘들었습니다.

그 결과 드루킹일당의 자금을 수수하여 오늘의 비극을 초래한 듯싶어 너무도 비통합니다.


이명박 박근혜등등 극우보수정치인들의 공통점이 비도덕적 몰양심을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상상 이상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인정이나 책임은커녕 사과조차 안하는 자들입니다.

비리가 알려진 많은 극우보수정치인들 중에서 죽음으로 책임을 진 자들 또한 없었습니다.


뿌리깊은 정의감과 도덕성의 근본적 격차가 비극을 초래한 최대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한 민주시민의 기준으로 볼 때 참 정치인의 진정한 표본이 노회찬 의원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등장했던 정치인 중에서 국민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했던 분이었습니다.

현실에 맞는 몇 마디로 상황을 한 순간에 정리하는 놀라운 지력의 소유자이기도 했습니다.


수십 년 된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는 표현부터 얼마 전 크게 웃었던 사례가 떠오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연설 후 자유한국당 의석을 찾아갔을 때 그들이 당황해 하던 상황을,

에프킬라를 만난 모기처럼 떨었다’거나, 모기가 반대한다고 에프킬라를 안사냐'고 표현했었죠.


역사는 무수한 개인이 만들어 가는 흐름이지만 시대를 선도하는 개인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앞으로 노회찬 같은 정치인을 다시 만날 수나 있을지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이렇게 홀연히 떠난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고 무한한 상실감을 억누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오늘 노회찬 의원은 이승의 마지막 여정을 마치고 고통이 없는 영생의 길로 떠나갑니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다시 듣고 싶은 날입니다.


평생 정의와 진보, 서민과 약자를 위해 사력을 다했던 고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