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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도서리뷰

무소유

 

  지난 5월 조계종 승려 8명이 호텔 스위트룸에서 억대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적이 있었죠.


승려들이 평범한 일반인들도 하기 어려운 억대도박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굳이 알고 싶지 않았지요.
다만 그 승려들이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다시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이 시대의 가장 순수한 정신으로 불리는 큰스승의 정신을 돌아보아야 할 사람들이 분명했거든요.

 

  법정스님은 명성이 높아지자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 혼자 사신 분입니다.

그런데 승려 8명은 깊은 산골은 커녕 호텔 스위트룸에서 도박을 했으니 승려라고 부르기도 부끄럽네요.

 

 

  법정스님의 대표 산문집인 이 책은 오래전에 출판되었지만 언제 접해도 좋은 내용으로 가득차 있지요.
얼마전부터 부동산가격하락으로 대출이자내기에 급급하는 '하우스 푸어'들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 책에서 접했던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나곤 합니다.

 

"우리들의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물건에게 오히려 가짐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인간의 역사를 보면 국가든 개인이든 보다 많은 몫을 차지하기 위한 끝없는 싸움을 볼 수 있습니다.
땅 한평, 곡식 한 톨이라도 남보다 더 가지려는 탐욕으로 전철된 것이 역사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생명에 가장 확실한 진리는 생명이 태어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태어난 모든 생명은 언젠가 이 육신마저 버리고 가진 모든 것 내려놓고 혼자 떠나간다는 사실이지요.


그럼에도 불과 100년도 지탱못하는 생명들이 벌이는 지나친 욕심의 늪이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것!
그 점은 매우 놀라운 것임에도 그러한 사실에 대해 놀라는 사람들을 보기는 정말 어렵더군요.

 

기술이 편하고 빨라진 꼭 그만큼 인간 삶의 깊이는 산술적이고 관계는 깊지 않아 보입니다.
통장계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계좌일텐데 현실은 그저 소유하는 숫자에만 몰입되어 있지요.

 

권력과 금력 모든 방면에 끝없는 소유욕이 독초처럼 자라는 이 시대에 무소유는 대단한 역설입니다.
하지만 소유에 올인하는 현실속에서도 정신의 정화수, 정신의 자유지대는 꼭 필요합니다.

 

 

 

 

  무소유는 모든 소유를 금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를 최소화하는 삶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점점 악화되고 있는 지구환경도 인간의 탐욕을 최소화할 때 비로소 오염도가 덜해질 수 있듯,
인간 삶의 모습도 각자의 소유를 최소화할 때 더욱 멋진 삶의 여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책을 다시 읽노라니 뜨거운 무더위에 시달리던 기분이 한층 쾌적해 지더군요.
역사가 보여주듯 생명이 스러지면 단지 옷 한벌만 걸치고 떠나는 것이 인간 삶의 참모습입니다.

 

여름휴가 배낭에 이 책 한권 넣어 가시면 어떨까요~
시원한 자연바람으로 책갈피를 넘기다 보면 무릉도원, 천국이 바로 그 곳이겠지요.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

 

-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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