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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도서리뷰

찰스와 엠마

 

  진화론을 확립한 찰스 다윈에 관한 책은 많았지만 이 책은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삶을 흥미있게 보여 줍니다.


브라운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데보라 하일리그먼이 종교와 과학, 인간에 대한 관심을 맛깔스럽게 풀어 내더군요.
'종의 기원'의 저자 찰스 다윈과 사촌 엠마 웨지우드의 평생에 걸친 러브스토리를 예쁘게 그리고 있거든요.

 

원래 다윈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연구시간을 뺏기게 될까봐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었지요.
수첩 한 가운데 선을 긋고 결혼하기와 결혼하지 않기 목록을 수십가지 진지하게 적어 내려갈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사촌 엠마를 만나 시작된 43년간의 결혼생활동안 두 사람은 매우 환상적인 부부사랑을 엮어 갑니다.
종교에 의심을 가진 찰스와 독실한 신자인 엠마가 서로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신뢰하는 동반자로서 말이죠.

 

 

 

 

  특히 성격이 꼼꼼해서 정리정돈이 생활화된 찰스는 결혼초에 엠마의 성격이 덜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의 연구공간 외에 집안의 모든 공간에 대한 정리정돈원칙을 깨끗하게 포기합니다.


결혼초기에 서로를 길들이려는 신혼부부들의 흔한 다툼없이 엠마의 성격에 대한 배려를 확실하게 보여 준 거죠.


이러한 찰스의 결단을 보면서 이 책은 '원만한 부부생활을 위한 지침서'로서도 가치가 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내가 바라는 것을 먼저 상대방에게 베푸는 것은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잖아요.
상대의 부족함을 엿처럼 늘리지 말고 자신의 양보로 부족함을 메꾸는 것이 멋진 관계만들기인데 말이죠.

 

 

 

 

   찰스는 당시의 전형적인 근엄한 아버지가 아니라 매우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아기를 목욕시키고 입 맞추며 아기가 울면 보듬어 주었고 연구실에도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들도록 해 주거든요.
결혼전의 걱정과 달리 찰스는 과학자이면서 더없이 자상한 아버지 역할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다윈이 진화론에 관한 내용을 오래전에 정리해 두었음에도 쉽게 출판을 결정하지 못했던 것은,
아이들을 배려했듯 부인 엠마와 지인들이 받을 충격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당시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는 질병으로 인한 죽음이 흔해 천국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시기였거든요.
때문에 신앙심 깊은 엠마는 사랑하는 남편 찰스가 사후에 지옥불에서 고통받을까 항상 염려 했었지요.
오랜 결혼생활내내 찰스는 자주 병치레를 했기 때문에 엠마의 마음은 많이 불안했을 거에요.


  저자는 이러한 근원적인 모순속에서 찰스와 엠마가 어떻게 결혼생활을 잘 이끌어냈는지를 알려 줍니다.

슬하에 10남매를 두고 그 중 노후의 보호자로 생각했던 맏딸을 비롯한 세 아이를 잃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사랑은 전혀 변함이 없고 더욱 강력한 끈이 되어 다윈의 죽음까지 이어집니다.

 

  지금까지도 종교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진화론의 확립자 찰스 다윈!

 

 


  하지만 그의 가정에는 가장 독실한 종교인이면서 가장 사랑하는 동반자 부인 엠마가 있었습니다.
보통 부부들이라면 가정이 깨질 수도 있었을 종교와 과학의 불화를 찰스와 엠마는 전혀 겪지 않았지요.

 

그것은 기존의 관점을 뛰어넘어 두 사람이 키워 온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 배려의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두 사람의 결합은 흔히 말하는 '적과의 동침'이 아니라 '최상의 조화' 그 자체였기 때문이죠.


종교와 과학에 관해 매우 상이한 관점을 극복하고 살아간 두 사람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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