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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도서리뷰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18대 대통령선거가 반년도 남지않은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생각납니다.


2년 전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리한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가 출간되었지요.
읽고 싶어도 노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에 아픈 마음이 여전해서 잡지 못하다가 이번에야 읽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기 전에 꼭 읽어야지 벼르고 있었거든요.

 

널리 알려졌던 유서의 한 구절을 표제로 한 이 책은 고인이 남긴 저서, 미발표 원고, 메모, 편지, 구술 기록을 비롯해 유족과 지인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어 읽다보면 고인의 평소 생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선과 대북송금특검, 이라크 파병, 검찰개혁등의 뒷 이야기와 노대통령의 심경이 자세히 담겨 있거든요.

 

  평소 궁금하게 생각했던 대북송금특검을 받아들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더군요.

 

 

 

"대북송금이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서는 안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견해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했다"
"김 대통령이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을 보내 이런 뜻을 말씀드렸지만 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고 하셨다. 대통령이 한 일이 아니라고 했으니 통치행위론을 내세우는 데 필요한 근거가 사라져버렸다."

 

또한 많은 국민이 반대했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토로한 부분은 약소국의 비애를 느끼게 했지요.


"애초 미국의 요구는 1만명 이상의 전투병력 파견이었다, 이라크 파병은 옳지 않은 선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옳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 파병한 것이다."

 

 

  특히 가장 가슴아픈 구절은 검찰수사이후 그가 느꼈던 좌절감을 토로한 부분이었습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다른 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대통령은 진보를 이루는 데 적절한 자리가 아니었던 것은 아닐까!"

 

 

  촌부로 돌아간 노무현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가장 충격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든 것은 검찰수사였습니다.


현 정권 및 보수언론등과 입맞춘듯한 검찰의 언론공개식수사는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지요.
사실 여부를 떠난 검찰과 언론의 중개방송식 수사를 보면서 그에 대한 믿음을 잃고 함께 돌을 던졌거든요.

 

이에 대해 그는 재임시 검찰을 개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한 대가라며 자책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를 개혁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였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검찰수사당시 그에 대한 신뢰를 잠시 잃었던 자신이 한탄스러웠습니다.
정치검찰과 보수언론의 행태를 익히 알면서도 믿었던만큼 실망이 컸기에 그만 무너졌나 봅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은 고인이 되어 역사의 장으로 돌아갔습니다.
국민에게 남은 것은 맑은 눈으로 제대로 된 인물을 18대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일이겠지요.


선거일까지 아직 여러 달이 남았으니 그 전에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꼭 한번 읽어 보세요.
일반인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삶을 살다 간 매우 인간적인 인물의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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