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서 폴란드 유대인 부모사이에서 태어난 홀로코스트 전문학자인 로버트 위스트리치의 역작입니다.
예수의 살인자 유다로부터 시작된 반유대주의에서 나치의 유대인학살까지를 개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처럼 극악한 반인륜 범죄의 늪에서 살아난 저자의 어머니에게 자식이 바치는 책이기도 하죠.
홀로코스트는 유럽의 유대인들을 오직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멸종시키려고 한 나치의 치밀한 정책이었지요.
히틀러와 나치정권은 단지 유대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전유대인을 인간이하의 존재로 낙인찍습니다.
유대인은 '벌레'나 '해충'에 불과한 존재였기에 강아지를 기를 권리조차 갖지 못했지요.
나치가 유대인 멸종작전을 실행하기까지 적극 참여했던 부역자와 부역국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영국, 미국등 학살을 막을 수 있었던 강대국의 무관심과 외면은 나치의 학살의지를 강화시키게 됩니다.
아울러 가톨릭과 교황, 개신교회가 유대인학살과정에서 보인 무관심과 반감은 매우 경악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강제수용소에서 가스학살에 개입한 독일인들이 평범한 일상업무처럼 태연히 수행했다는 것 또한 충격입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가 벌어진지 70년이 지났음에도 원인에 대해 많은 논란과 관련연구가 진행중입니다.
왜냐하면 홀로코스트가 히틀러등 나치지도자들이 사전에 주도한 사건으로 보는 역사가들과,
나치와 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에서 구조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주장으로 크게 나눠지기 때문이죠.
모든 역사상의 사건은 어느 집단과 그 집단이 추구하는 이데올로기가 적합한 배경과 만날 때 벌어집니다.
즉, 히틀러 일파의 홀로코스트는 외면적으로는 그들이 주도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세뇌된 반유대주의라는 토양이 없었다면 그런 방식으로 벌어질 수는 없었을 겁니다.
예수역시 유다와 같은 유대인이었음에도 기독교에서 수백년동안 반유대주의를 설교한 것은 정말 모순이었지요.
홀로코스트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존재일 수 있는지, 과연 그 한계는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특히 히틀러가 박정희의 5.16쿠데타처럼 총칼로 집권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정권을 잡았고,
반유대주의에 공감하는 광범한 독일대중의 지지가 히틀러에게 '악마의 길'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홀로코스트는 분명히 보여줍니다.
히틀러와 부역자들의 악행을 읽다보면 이처럼 더운 날씨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금새 서늘해 지더군요.
인간은 본질적으로 여전히 문명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한층 절감하게 한 책읽기였습니다.
일찌기 기독교 선교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유대인 당신들에게는 우리와 함께 살아갈 권리가 없다."
이들을 뒤이은 세속의 지배자들은 이렇게 선언했다.
"당신들에게는 우리와 함께 살 권리가 없다."
결국 독일 나치들은 이런 법령을 만들었다.
"당신들에게는 살아갈 권리가 아예 없다."
- 라울 힐버그 '유럽 유대인의 전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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