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최일구 MBC 앵커가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조직으로부터 모멸감이 너무 컸다"며 사표를 제출했다네요.
소식을 들으니 현재 우리나라 언론방송의 한심한 실태가 떠오르더군요.
최근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13년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79개 국가 중 50위로 지난해 44위보다 6단계 하락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문제는 현 이명박 정부들어 언론자유지수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39위에서 47위로 떨어진데 이어, KBS, MBC 등에 대한 노골적 '방송 장악'이 본격화되고,
미네르바 사건등 인터넷 검열까지 심해진 2009년에는 69위였고, 정권의 '방송 장악작전'이 대강 정리된 2010년 42위로 올라갔으나 다시 2년 연속 떨어진 셈입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처음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 2002년부터 이명박 정부 출범 전인 2007년까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50위권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으며 대체로 30위권이었는데 많이 후퇴한 상황이죠.
그런데 더욱 황당한 일은 지난 6일에 있었더군요.
선거기간 이명박캠프에서 활동하다 KBS 사장으로 공수된 김인규 전사장이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네요.
훈장수상 이유는 지상파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 및 방송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의 공로라고 합니다.
'불공정 보도'로 인해 장기간 파업을 불러킨 것은 물론, 임기중 빈번한 논란의 당사자인데 말이죠.
훈장까지 받은 김인규 전사장의 '불공정 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를 볼까요!
1. <추적 60분> 4대강 편 2주 간 불방
2. 박재완 논문 이중게재 리포트 건 <뉴스9> 누락
3. G20 정상회의 관련 방송 3,300분 방영
4. <뉴스9>를 통한 수신료 인상 홍보
또한 파업 기간 총리실 불법사찰 보고서 2,600건을 단독 보도한 <리셋 KBS 뉴스9>의 기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언론노조 KBS본부,즉 새 노조의 활동을 찍은 CCTV가 발견되는 등 공영방송 사장으로 부끄러운 일을 해 왔습니다.
김인규 전 사장의 훈장 소식에 대해 홍기호 KBS 새 노조 부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제 있는 최시중, 천신일 등 측근들을 사면시킨 것과 큰 틀에서 같은 맥락으로 막장 특사에 막장 수상”라고 말했다네요.
문제는 언론자유 후퇴의 후유증이 치유되기는 커녕 정권인계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첫 총리 지명자인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 검증에 제대로 나선 방송사가 전무했기 때문이죠.
이명박정권의 방송장악으로 비판정신이 강한 기자들은 한직으로 밀려나 버리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개숙인 기자들은 자기검열과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고 하니 참 딱한 일입니다.
다수의 방송기자들이 '배부른 돼지'가 되어 월급봉투만 챙겼으니 이명박정권은 결국 목적을 달성한 셈이지요.
오히려 동아일보와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가 김후보자 아들의 병역의혹을 제기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는 거죠.
곧 성립할 박근혜정부에서는 지난 5년동안 하락했던 언론자유가 반드시 회복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에 발생했던 동아일보의 백지광고사건이 떠오릅니다.
1972년 유신헌법 발효후 우리나라는 소위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영구적인 독재시대가 열립니다.
박정희정권은 광고주들을 회유협박하여 동아일보에 광고를 싣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이 사건의 시작이죠.
1974년 12월 26일 광고 해약사태에 대한 우려기사와 함께 세 면의 하단 광고가 백지로 나갑니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는 무려 7개월간 이어져,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에 경영난을 가져오게 됩니다.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국민의 격려광고가 1975년 5월까지 총 1만352건이 실렸고, 최초의 격려광고 게재자는 익명으로 게재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이처럼 국민의 격려가 이어졌지만, 75년 3월 8일 경영진이 정부의 탄압에 굴복하여 국민의 갈망을 외면합니다.
송건호 편집국장 사표제출과 기자와 아나운서들의 제작거부, 130여명의 기자 프로듀서와 아나운서를 해고하거든요.
대량해고를 단행한 동아일보는 이후 정부의 기관지로 전락하며 국민의 격려광고는 5월들어 완전히 끊깁니다.
박정희 유신정권의 압박으로 동아일보의 백지광고사건을 끝나고, 그렇게 언론자유도 늪속에 빠진 거죠.
백지광고 시절의 동아일보, 국민은 기억하지만 동아일보 경영진은 잊어버린, 그 때를 아십니까?
정직한 언론을 지키려는 국민들의 열렬한 성원에 매일 감동하던 그 겨울의 찬란했던 이야기를 말이죠.
어용언론, 보수가 아닌 수구 찌라시라는 부끄러운 속칭으로 추락한 한 언론사의 자랑스런 과거가 떠오릅니다.
동아일보 홈페이지를 보면 아직도 자사의 74-75년도 사태를 게시하고 있더군요.
그때의 주역들은 모두 해고당하고, 이후 한겨레 신문사를 창간하여 새 보금자리를 만들었는데 말이죠.
박근혜 당선인은 부친의 비민주적 언론탄압등 국가적 불행의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그러자면 권력에 장악되어 아부방송으로 전락한 지상파 방송부터 제자리를 찾도록 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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