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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도서리뷰

채근담

 

  오래전 서해안의 섬 이작도로 겨울여행을 떠났습니다.


겨울바다의 낭만을 만나러 갔던 여행길에서,
가져간 책 한권이 바로 [채근담] 이었죠.

 

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요,
담장을 이룬 대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파도같던 밤!


백열구 전등아래서 읽었던 채근담은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는 지혜의 눈과 같았지요.

 

 올해는 눈이 자주 내립니다.

 

며칠전 눈내리는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기억속에 간직되어 있던 이작도의 겨울바다와

마음이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채근담이 떠오르더군요.

 

잊고 있던 벗을 다시 만난 것처럼 제 손때 묻은 책이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동양의 탈무드로 불리는 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선비 홍자성이 저술한 책입니다.

 

 

 


전집 225항과 후집 134항 총 359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전집에서는 사회생활의 마음가짐을 후집에서는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적고 있습니다.

 

저자가 선비인만큼 유교바탕위에서 도교와 불교 사상까지 폭넓게 아우른 글을 읽노라면,
왜 이 책이 동양의 탈무드, 동양의 명상록으로 불리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16세기 명나라시대에 저술된 고전이지만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지침서이기 때문이죠.

 

 

채근담을 가져갔던 이작도의 그 바다!

 

  물론 이 책은 명상록이므로 흥미있는 소설처럼 쉽게 읽혀지는 책이 아닙니다.
우공겸이라는 사람이 서문에서 쓴 것처럼 잡녑을 버리고 읽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책이거든요.

 

"어느 날 나의 친구 홍자성이 그가 쓴『채근담』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고 서문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처음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 번 훑어보기만 했으나,
그 후 책상위의 고서를 정리한 다음 잡념을 버리고 자세히 읽어 보았을 때 비로소 그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책 제목처럼 청빈한 삶을 지향하면서 오롯이 성찰했던 결과를,
중용의 도리로 귀결되는 다양한 문장으로 처세의 지혜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줄 한줄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더군요.

 

 

 

 

  책의 제목이 유래된 '사람이 늘 채소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모든 일을 능히 이룰 수 있다'는
소학구절처럼 담대하게 세상을 대할 수 있다면 크게 스트레스 받거나 힘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생의 여행길에서 세상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켜갈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이 책에서 분명히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잘 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해 드립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산다는 것'에는 당연히 금전을 먼저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살아보니, 먼저 가신 분들이 '돈이 최선은 아니었다'는 후회를 남긴 이유를 알게 되더군요.

 

 

채근담을 떠올리게 한 눈내리는 오후

 

단언하건대, [채근담]에는 인생을 정말 잘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성찰할 거리가 가득합니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였는데,
평생 불우한 선비였던 저자가 이 책 한 권으로 오늘에까지 전해졌으니 이름은 남긴 셈이죠.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드는 것

 

세상 사람은 영리에 얽매어 있어
걸핏하면 티끌세상이니, 괴로운 바다니 하는데,

 

구름이 희고,  산이 푸르고,  냇물이 흐르고
돌이 솟고,  꽃이 새의 웃음을 맞이하고

골짜기가 나뭇꾼의 노래에 화답함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도 티끌이 아니고
바다도 괴로움이 아니건만,

 

그들 스스로 그 마음을 티끌로 하고
괴로움으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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