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 책의 저자 홍세화씨가 진보신당 대표가 되어 정치활동에 나섰다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15년전에 세상과 만나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많은 사람에게 각인시켰던 책으로서,
그 책을 읽었던 많은 분들처럼 다른 내용은 잊어도 '똘레랑스' 만큼은 생각나게 하던 책이었죠.
처음 접했을 때도 감동이었지만 15년동안 세상을 더 살아본 후 다시 만나니 더욱 감동을 주더군요.
세상을 살면서 자기 삶의 원칙이나 올바른 가치관에 따라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보다는,
세파에 휘둘리면 원칙부터 던져 버리고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남들이 선망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학부과정인 KS를 다니며 충분히 편한 삶을 가질 수 있었던 저자!
하지만 그는 자기 삶의 의미에 충실하려는 의지로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험한 삶을 선택합니다.
우여곡절끝에 무역회사 빠리지사에 근무하지만 '남민전사건'으로 망명자로 살며 생계를 위해 택시운전을 하게 되죠.
독재정권에 대항해서 대단한 활동을 하지 못했음에도 망명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삶은,
분단과 이념분쟁을 악용한 군사독재정권의 악랄한 통치행태의 슬픈 단면으로 우리 역사의 아픔이기도 합니다.
무수한 간첩사건을 조작해서 많은 사람을 죽인 정권에 정의나 도덕은 불필요한 개념이 된 시대였거든요.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은 무조건 죽이거나 쫓아내는 증오의 정권에 도전하다가 망명자가 된 저자는,
'똘레랑스' 정신이 흐르는 프랑스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나게 됩니다.
똘레랑스는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존중하게 하시오"라는 한 문장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즉, 당신의 종교와 이념이 당신에게 귀중한 것이라면 남의 그것들도 그에게는 똑같이 귀중합니다.
때문에 타인을 존중한다는 것은 곧 자기도 존중받는 지름길이 되거든요.
그러한 전제에서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설득의 대상일 수 있지만 강제의 대상은 아님에도,
자기와 다른 것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군사독재정권의 폭압성은 사회까지 병들게 했습니다.
정권의 눈밖에 난 사람과 만나면 자기도 찍힐까봐 대부분 앞장서 비난하거나 못 본 척 외면해야 했으니,
정의를 생각하기보다 어느 쪽에 줄서야 이익이 되는지 산수에 밝은 계산기사람들을 양산한 사회가 되고 말았죠.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온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정말 대단한 자기 반성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발생한 일본지진으로 많은 생명들이 고통받을 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교회의 목사가 험한 망언을 했더군요.
문제는 그러한 부류의 사람이 대단한 교세를 등에 업고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졌다는 점이겠죠.
인간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는 독재정권이나 대형교회의 그 무례한 목사와 같은 독불장군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며 가장 중요한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정의로운 사회'가 경찰서 현관위에 붙어 있었던 가장 부정의한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때,
똘레랑스 또한 말뿐인 개념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가슴에 각인될 때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읽는 재미도 있고 느끼는 점은 더욱 많은 이 책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다시 권합니다.
2002년에 귀국한 저자가 2006년에 개정판을 냈으니 그 책을 보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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