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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역사사색

태국쿠데타와 옹호댓글유감

 

  지난 22일 태국에 군부쿠데타가 또 발생했더군요.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부터 19번째이니 쿠데타 국가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죠.

 

잘 아시다시피 쿠데타는 '국가에 대한 일격 또는 강타' 라는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1799년 제1집정이 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쿠데타와 1851년 무력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제정의 길을 연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가 전형적인 예로 프랑스적 기원을 가지기 때문인데요.


  지배계급 내의 일부세력이 무력 등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기습적인 정치활동을 뜻합니다.

 

즉 피지배계급과는 무관하게 지배계급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권력이동이 될 뿐이므로
체제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혁명과는 명확하게 구별됩니다.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라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체제부정의 폭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태국의 경우 지나치게 자주 쿠데타가 발생하다보니 다수 국민이 무감각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쿠데타에 대한 국민들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반발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이번에도 태국 군부쿠데타 주역들은 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비롯한 '탁신 일가'와 주요 정치인을 구금하고
국가권력을 장악한 국가평화질서유지회의(NPOMC)의 핵심 분야 책임자를 스스로 인선했더군요.


내각의 각료들이 담당했던 모든 정부 기관도 쿠데타에 가담한 군부 인사들의 지휘 통제 아래 묶어둔 상태이니
명실공히 군부가 합법적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직접 통치하겠다고 나선 상태입니다.

 

문제는 군 통수권자인 국왕의 승인이 없다면 쿠데타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번 쿠데타에도 왕실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태국 군부는 입헌군주제 이후 12차례 쿠데타에 성공하게 되는 셈이죠.

 

 

 

 

  5.16과 12.12쿠데타로 인한 민주주의 종식과 군사독재, 유혈사태를 경험했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부분 피를 부르지 않는 태국 군부쿠데타의 특이성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불교국가이므로 살생을 꺼리고 국왕도 국민에게 총을 들이대는 걸 말려서 유혈진압이 거의 없다는 점과,
쿠데타에 실패해도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기 때문에 쿠데타가 자주 일어난다는 분석이 있더군요.

 

또 쿠데타가 발생해도 이해관계집단을 제외한 다수 국민들이 무감각한 이유는
중생 구제 목적을 지닌 대승불교와 달리 개인의 해탈을 중시하는 태국의 소승불교에 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태국 국민의 정신적 지주이며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는 국왕의 존재라고 봅니다.


68년째 재위하고 있는 푸미폰(87) 국왕은 쿠데타를 승인해 주는 대가로 왕실의 권력을 유지해 왔는데요,
입헌군주제 도입부터 군부와 왕실간의 오래된 타협속에서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며 혼란에 적절히 개입했던 거죠.

 

푸미폰 국왕의 왕실과 더불어 태국에서 군부는 가장 거대하고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입니다.
군대라는 무력과 막대한 예산보유 및 자체적인 방송국소유라는 물적자원을 활용하여 태국정치를 흔들어 왔거든요.

 

1970∼1980년대 냉전기를 거치면서 공산주의로부터 국가, 국교인 불교, 왕실을 수호하는 주축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해 왔다는 점에서 태국 정치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2일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의 분석에 동의하게 됩니다.

 

'선거를 부정하는 반민주세력(야당)과 부패세력(친탁신파) 간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태국 민주주의의 운명은 오랫동안 군주와 장군들의 손에 놓이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로마가 강성했던 시기는 민이 군을 잘 통제했을 때였지만,
군이 민을 제압하고 전면에 나섰을 때부터 로마는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대의 존재이유는 정치개입이 아닌 국방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죠.
그럼에도 태국에서는 사회 위기나 혼란이 발생할 때마다 군의 개입을 노골적으로 촉구하는 국민이 있더군요.
피흘려 얻은 민주주의 시민의 권리를 스스로 늪속에 던지는 자충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5.16 쿠데타

 

  현재 태국 쿠데타 주동세력은 개인의 인터넷과 SNS까지 검열한다고 합니다.
한국대사관이 교민들에게 쿠데타 관련 언급을 삼갈 것을 당부한 것도 군부의 검열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더욱 한심한 것은 태국쿠데타 보도에 달린 일부 네티즌의 댓글수준이더군요.


한국에서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서 싹쓸이해야 한다는 글들이 자주 보였거든요.

군부쿠데타가 일어난다면 현재 네티즌이 누리는 언론의 자유는 바로 쑥대밭이 된다는 점을 모르나 봅니다.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자유를 피는 커녕 땀조차 흘리지 않고 얻어서 그 소중함을 모른다는 점에서,
무임승차한 자로서의 겸양조차 없이 만용을 부린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매우 경악하게 됩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시기의 한 페이지만 봐도 민주주의가,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법언에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힘들게 쟁취한 권리를 지키고 누리려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