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인/역사사색

가족과 대화없는 초등생과 일베

 

  오늘은 92회 어린이날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어린이들이 차별받지않고 존엄한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모든 어른들이 더불어 노력한다는 의미로 만든 기념일이죠.

 

세월호 참사로 시국이 어수선하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가족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참사는 어른들의 잘못일 뿐 어린이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즐겁게 보낼 권리가 있거든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으면 안되듯,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자신들의 어린이 시절을 잊으면 안되겠지요.

 

쎙떽쥐베리가 [어린왕자] 서문의 제목을 '어린 시절의 레옹베르뜨에게'로 고쳤던 것은
지금의 어른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이 어린이들이 이어 살아갈 세상이기 때문이었겠죠.

 

  문제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인 어린이들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교조 산하 참교육연구소에서 초등 5.6학년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52.5% 즉 10명중 5명이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에 채 30분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2%는 아예 가족과 대화가 없는 상태였으며 방과후 가장 많은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고 있는데요,
그 학원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혀 우리나라 교육의 심각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일베' 편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2011년 탄생한 '일베' 즉 '일간저장소'는 수십만의 회원과 동시 접속자수 약 2만 명이 넘는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넷상에는 많은 온라인커뮤니티가 있고 수많은 가입자들이 활동하고 있어 즐겨찾는 네티즌들이 많습니다.
그중 '일베'는 극우성향의 사이트로서 주목을 받았고 여러 사건·사고로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일베가 드러내고 있는 세가지 코드일 것입니다.
극우성향의 정치색, 소수자에 대한 혐오, 막장 문화 등으로 독일의 나치를 떠오르게 한다는 거죠.

 

 

 

 

히틀러가 총통이 되기 이전부터 주위에는 그를 추종하는 무리가 많았습니다.
유태인혐오, 독일인종 우선시, 집시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등 선동적인 정치코드가 맞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이 누려야 할 가장 중요한 자유중의 하나가 표현의 자유입니다.


많은 선각자들이 목숨까지 걸고 얻은 권리라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자유인데요,
그 누구도 왜곡이나 거짓 또는 심심풀이로 타인에게 해를 입힐 권리는 절대로 없습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는데 사람이야 더 말할 것도 없거든요.

 

때문에 일베가 보이고 있는 세가지 코드에 큰 우려를 하게 됩니다.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위한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인식을 갖지 못하고
욕구불만의 배출구로 이용하는 곳에서 과연 어떠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진중권은 일베이용자들을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했던데요,
그들이 모두 불쌍하거나 비정상이라기 보다는 사회가 그렇게 만든 부분이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취업이나 경제 여건등 자신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경쟁으로만 내모는 사회에서,
쌓이는 분노나 스트레스를 현명하게 푸는 방법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죠.

 

특히 세상에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도 대화없이 성장한 외로운 어린이들이,
자신의 상실감을 폭력성과 타인비하, 지역비하, 여성비하등의 막장으로 흐른다고 했을 때
그 비극의 끝이 어딜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지요.

 

 

 

 

  세월호 참사이후 총체적인 국가시스템의 문제점을 더욱 절감하게 되는데요,
지금의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기전에 우리 사회가 확실히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공부해라', '숙제했니', '책 읽어라', '살 빼라', '휴대전화 그만 해라' 등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사랑해', '잘했어', '학원 다니지 마라', '놀아라', '뭐 사줄까'...

 

 

 

 

  지금의 어른들은 모두 한 때는 어린이였죠.
어린이였을 적의 자신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반복되는 경향을 보이는 역사처럼 개인의 역사도 같기 때문이겠죠.

내 아이가 자부심을 가진 민주시민으로서 존엄하게,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