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뒤에는 대단지아파트가 있는데요,
화단이 잘 조성되어 있어 그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곤 합니다.
승강장의 미어캣보다는 훨씬 여유롭기 때문이죠.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길고양이와 대화를 나눴거든요.
제가 서 있는 화단을 가로질러 갑자기 한 생명체가 나타났습니다.
길위의 생명, 길고양이였죠.
순간 속으로 말했습니다.
"이리 와, 착하지"
마치 화답하는 것처럼 제 앞의 가이즈까 향나무로 걸어오더군요.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은 낯선 사람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고양이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천천히 나무 아래에 멈춰 서더니,
지켜보는 시선조차 의식하지 않고 차분히 냄새를 맡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또 말했지요.
"가만히 있어"
텔레퍼시가 통한 것인지 한동안 가만히 있더군요.
스마트폰을 꺼내서 몇 컷을 찍는 동안 말이죠.
그런 후 홀연히 옆 건물 틈새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불과 몇분 정도의 만남이었지만 묘한 행복감이 가슴에 차오르는 것을 느꼈지요.
힘든 삶이 분명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리지 않은 당당함과
낯선 인간에게 기꺼이 곁을 내주는 여유로움을 느꼈거든요.
애니멀커뮤니케이터들이 동물들과 대화할 때 느끼는 공감의 일면을 체험하면서
길고양이 급식소가 떠올랐습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뒤져 연명하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서울 강동구가 해결책으로 마련한 제도인데요,
이 곳을 유기장소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유기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시작된 베이비박스가 오히려 유기를 조장하는 면이 있는 것처럼
길고양이 급식소도 유기장소로 악용되고 있는 거죠.
그 고양이가 처음부터 길에서 태어났는지, 유기되어 길위의 삶으로 던져진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처음 만난 사람을 거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유기된 고양이가 아닐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서울에만 대략 2만 5000여마리의 길고양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전국단위로 본다면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길고양이들이 더불어 살고 있는 것입니다.
생명이 사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
이 지구가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에서,
수없이 말해도 부족한 말을 또 해야 겠습니다
'처음사랑 끝까지, 함께 사는 반려동물 제발 유기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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