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인/더불어삶

길고양이와 할아버지


  빌라나 주택가 한편에는 늘 쓰레기봉투들이 쌓여 있습니다.


쓰레기종량제가 시행된지 오래되었지만 완전한 정착은 어려운지,

언제든 종량제 봉투와 비종량제 봉투가 공존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봉투 중에는 먹다버린 음식물이 있어 길고양이가 자주 들리는 곳이 되었습니다.

캣맘이나 캣대디가 없는 지역의 길고양이들에게는 버려진 음식이 일용할 양식이거든요.


빌라 앞을 지나는데 쓰레기봉투더미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고개를 들더군요. 가까이 다가가니 몇 걸음 물러선 후 쳐다봅니다.


뭘 먹던 중인가 궁금해서 살펴보니 빵이 보이더군요.

상해서 버렸을 빵을 허겁지겁 먹다가 그조차 중단해야 했던 거죠.

안쓰러운 마음에 자리를 피하니 다시 다가와서 먹습니다.


잠시 지켜보는 순간, 지팡이를 짚은 한 어르신이 다가옵니다.

그러자 빵 먹기를 중단한 고양이가 다시 몇 걸음 물러선 후 노인을 주시합니다. 저처럼 빨리 사라져 주기를 기대했겠지요.

그런데 그 분은 고양이보다는 저를 보면서 제가 사라져 주기를 원하는 시선의 삼각관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등을 돌린 후 다시 돌아보니 그 분은 쓰레기봉투를 익숙하게 살피느라 바쁘더군요.

이윽고 마음에 드는 뭔가를 발견하자 바로 챙긴 후 가던 길을 재촉합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길고양이와 할아버지, 두 생명에게 공통점을 느꼈습니다.

길고양이는 일용할 양식을, 할아버지는 생계를 도울 수단을 길에서 구한다는 사실 말이죠.


길고양이가 길 위에서 나날의 삶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은 OECD1위로 절반의 노인이 노후를 압박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08년 45.5%, 2009년 47%, 2010년 47.2%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은 노인들이 생계에 도움되려고 폐지수집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미 뉴스도 아닙니다.

1990년에 중반에 폐지수집노인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즈음 우리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어르신 몇 분의 수집모습을 목격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금도 그 분들은 여전히 폐지 수집을 하시고 가까운 고물상에 판매하러 가십니다.


폐지가격 하락으로 1㎏당 50원 정도인데 수집경쟁은 치열하니 버거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새벽부터 부지런히 온 동네를 다니는 열정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계시는 거죠.





길고양이 개체수가 증가해서 쓰레기봉투를 찢고 발정음으로 민원을 발생시킨다고 하는데요,

세계에 유래없이 빠른 고령화속도로 노인빈곤문제는 국가의 난제가 된 상황입니다.


길 위에서 힘겹게 사는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3년에서 길어야 5년 정도라고 합니다.

상한 음식이나 염분이 많은 사람음식을 먹다보니 신장질환등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되거든요.


그들을 학대보다는 함께 공존하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관점으로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폐지를 수집하는 빈곤노인들은 폐지수집과 국가의 적은 지원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갑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노인빈곤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절반에 이르는 노인들의 빈곤이라는 큰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