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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동물세상

길고양이 재입양, 실내입성이야기

 

  2013년 12월 하순경,
한 생명이 잠깐 열린 대문으로 들어왔습니다.

 

바로 길위의 생명 길고양이였죠.

 

생후 3개월령 정도의 작고 연약한 아이가,
동네를 떠돌면서 사람들에게 치이지는 않았나 봅니다.

 

겁도 없이 낯선 인간의 공간으로 들어온 건데요,
전문용어로 '강제집사간택'을 당한 셈이지요.

 

이름도 지어주고 추운 날씨라 집안으로 들이려 하니,
저희 집 노견들과 재작년 여름에 입양했던 길고양이 연아가 심하게 반대하더군요.


별 수 없이 아연이는 현관 밖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몇달 지난 후 바로 앞 집에서 아연이를 입양하겠다는 제의를 해 왔습니다.

 



  그 댁도 실내는 아니지만 광에 키울거라서 따뜻한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아연이 엄마가 그 곳에서 아연이와 형제들을 출산한 곳이라네요.
즉 아연이가 그 댁의 광에서 태어났다는 거죠.

 

먹이도 주었는데 아연이가 없어진 후 저희 집에 와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네요.
그래서 아연이는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알고보니 아연이를 데려간 이유가 광에 사는 쥐를 쫓기 위함이라는 것이었죠.
잘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아연이 엄마의 실력으로 볼 때 아연이도 잘 할 거라고 본 모양입니다.

 

이후 가끔 광에 들러 잘 지내는지 살펴 보았는데요,
언젠가부터 배가 불러오던 아연이는 6마리를 출산한 어미가 되었습니다.

 

놀란 아연이 주인은 살아남은 아깽이들이 젖을 떼자마자 지인들에게 모두 보내더니
아연이까지 도로 데려가 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권리도 없었지만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더라면 안보냈을텐데 안타까움이 들더군요.

 

 

 

 

  친정에 가서 엄마 경험만 하고 다시 돌아온 아연이!
여전히 노견들과 연이는 아연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현관 밖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지붕위에서 놀던 쥐들이 씽크대 기둥까지 갉아대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쥐잡이용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반대했음에도,
광에서 실력을 쌓아 온 아연이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결국 아연이는 고양이로서의 타고 난 실력으로 실내에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입성한 당일부터 쥐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모든 방종은 사라지게 됩니다.


아연이가 카리스마 넘치는 시선으로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했거든요.

 

'아연아, 네 존재감만으로도 넘치는구나, 앞으로 광에서 쥐잡는 일은 절대로 없을꺼야,
지금처럼 평생 함께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