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명멸했던 수많은 드라마중에서 굳이 하나를 선택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드라마가 '모래시계'죠.
철조망 키스신으로 유명한 '여명의 눈동자'도 인상적이었지만,
군부독재와 광주항쟁시기를 직접 겪었던 국민들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드라마거든요.
1995년 최민수, 고현정, 이정재, 박상원, 이승연 등이 출연한 '모래시계'는,
드라마가 시작할 시간이 되면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하여 '귀가시계'라고 불렸던 드라마였죠.
거리의 레코드가게엔 체첸전사의 아픔을 그린,
러시아 민요 '백학'이 하루종일 날아 다니다가 마음에 내려앉았던 기억이 나네요.
드라마의 작가인 송지나와 연출자 김종학의 이름을 각인시킨 대드라마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종학PD는 '김종학프로덕션'을 설립하여 2009년까지 드라마 제작에 매진하게 됩니다.
최근 전두환 전대통령 일가의 각종 비리가 언론에 다시 부각되고 있는 시점인데요,
지난 23일 드라마의 거장 김종학 PD가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네요.
'수사반장'으로 연출 데뷔한 이후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등의
굵직한 드라마를 연출한 분이 고시텔에서 숨진채 발견되었다니 참 가슴아픕니다.
고 김 PD는 23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4장짜리 유서를 남기고 한 시대를 가늠하던 자신의 능력을 종결한 거죠.
김 PD는 지난해 종영한 드라마 신의의 출연료 6억4000만 원을 배우들에게 지급하지 않아 경찰에 고소를 당했고
최근 2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사기,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고 23일 오전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처럼 감동적이고 뛰어난 드라마를 만든 장인이 사업실패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버린 사실에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팬으로서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네요.
멈춘 모래시계, 김종학 연출가의 삶의 흔적이 강한 여진으로 다가 옵니다.
모래시계의 감동을 다시 떠올리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거장의 빈소라 그런지 톱스타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더군요.
그중 세 사람, 빈소에서의 모습을 가져왔습니다.
모래시계의 고현정
태왕사신기의 배용준
모래시계등을 함께 한 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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