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돈과 관계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노라니 돈에 관해 자주 사색하게 되네요.
자영업을 접고 현대산업사회의 최말단부, 최전선에 존재하는 근로자로 살다보니,
돈과 바꾸는 노동은 생활에 불가피한 측면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기부양, 즉 생계를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자기존재를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물론 타인의 존재를 위해서도 돈은 늘 필요합니다.
가족과 반려동물, 기타를 위해서 말이죠.
돌잡이행사에서 아이가 돈을 잡으면 모두들 좋아하지만 아이에게는 사실 큰 의미가 없는 물건일 뿐인데요,
자라면서 점차 돈이 주는 가치가 삶의 전반에 막대한 위력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돈의 가치를 너무도 잘 알게 된다는 것은 인생의 다양한 맛을 체험했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거든요.
1시간과 바꾸는 5580원
살면서 가장 필요한 물건이 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지갑의 두툼함이 삶의 성공과 실패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돈에 구속당하는 노예와 같은 삶은 절대로 살아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사람이 돈을 숭배하면 결국 돈의 노예가 될 것이며 돈은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하셨지요.
부여받은 생명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대한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야 진정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돈이 있어도 자유롭거나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통장의 빈곤이 아닌 철학의 빈곤을 탓해야겠죠.
최근의 삶을 지켜보면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 시간과 여유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업무와 출퇴근시간,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은 틈새에 불과하더군요.
때문에 4시간 노동을 주장했던 버트런드 러셀을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러셀은 '행복하려면 게을러지라' 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윤리는 노예의 것이지 현대 사회를 사는 자유인의 것이 아니다.
진정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여가이며, 그 여가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인간의 진정한 자유는 자신 스스로를 옭아맨 수많은 회의와 편견들에 저항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하루에 4시간 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려야 더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
만약 사회가 현명하게 조직해서 아주 적정한 양만 생산하고 보통 근로자가 하루 4시간씩만 일하게 한다면
모두에게 충분한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고 실업이란 것도 없을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
여기서 말하는 게으름은 일하기를 싫어한다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닌 느림과 여유를 의미합니다.
24시간 바쁘게 일하고도 삶에 여유가 없는 보통의 현대인들에게 딱 와 닿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러셀의 말은 현실을 모르는 허언이거나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4시간 노동을 원해왔기에 러셀의 주장을 적극 지지하게 됩니다.
많이 벌어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적게 벌고 적게 쓰면 되므로 그렇게 복잡한 일은 없거든요.
나아가 자기부양, 자기존재를 위해서 쓰여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타인을 위해서도 사용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굳이 받는 사람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면 되는 거죠.
그래도 해는 떠오른다
물론 뼛속까지 침입한 자본주의 바이러스가 경제적 두려움을 무기로 낮과 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생각을 바꾸면 한번에 세상이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소비사회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병사가 될지, 여유로운 자유인으로 사색을 즐기며 살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거든요.
현재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2위로 1950년대 미국인보다도 길다고 합니다.
노동시간은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평균 대비 80%, 미국 대비 58.7%라고 하니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삶의 중간 결산을 해 보니, 돈을 위해 심신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풀타임 노동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4시간정도의 파트타임 노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한 4시간외의 모든 시간동안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정말 멋진 삶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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