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무의미한 연명의료중단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필요함을 느꼈는데요,
현재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관련단체들이 소처럼 뿔을 맞대고 있는 형국입니다.
종교나 의료계등 각자의 입장도 있겠으나 이 점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소중한 생명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는 바로 자기자신이라는 점에서,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그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법제화가 되면 원칙대로 작성하려고 기다리다가 '없는 손자 환갑날 것 같아'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에 서식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분들이 많아 우편발송이 늦어진다고 하더니 근 열흘만에 받아 숙고끝에 작성을 완료하였습니다.
사노라면 다양한 서식을 작성하게 되는데요,
가장 엄숙하고 명료한 마음으로 정독하며 작성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작성한 사전의료의향서가 앞으로 가장 큰 의미를 갖는 문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작성했다고 해도 민간에서 추진하는 사회운동차원의 서식이라 법적인 효과는 없겠지만,
서식작성자의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시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한다고 봅니다.
'생로병사'의 단계를 거쳐 돌아가는 인간이 삶의 마지막 존엄을 위해 가져야 할 권리중에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야 말로 가장 근본적이며 필수적인 권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나니 아테네의 현인 솔론이 생각나더군요.
솔론이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에게 한 말로 헤로도토스가 [역사]에서 인용한 내용이죠.
'사람의 일생을 70년이라 하고 그 70년을 날로 환산하면
윤달을 제외해도 26,250일이 됩니다.
그 가운데 하루라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법이 없습니다.
인간의 생애는 모두 이처럼 우연한 것입니다.
남아돌 정도로 돈이 많은 부자라 해도 불행한 사람이 많이 있는가 하면,
가난하더라도 행운을 누리는 사람 또한 많이 있습니다.
물론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다 갖출 수는 없습니다.
될 수 있는 한 부족한 것이 적은 상태로 잘 지낼 수 있고
그 위에 훌륭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
왕이시여,
바로 이러한 사람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불릴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자의든 아니든 많은 일들을 겪게 되는 것이 인간의 삶입니다.
'길게 보면 필연이요 작게 보면 우연'이라는 말처럼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거든요.
때문에 자신의 삶이 어떠한 마무리를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거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변방에서 객사할 줄 누가 알았으며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양아들인 부르투스의 칼에 맞아 죽을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사전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하여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해 두는 것은,
평소 건강과 노후를 대비해 준비하는 것처럼 극히 당연한 삶의 과정이라고 봅니다.
서식과 함께 명함크기의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확인증'이 동봉되어 왔더군요.
사전의료의향서를 지참하고 다닐 수 없으니 작성확인증을 갖고 다니면 될 듯 합니다.
지갑에 넣으니 미래를 준비해 둔 자의 담대함으로 삶을 더욱 진솔하게 대할 수 있겠다는 만족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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