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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일상에서

석가탄신일에 다시 읽는 잡보장경

 

  오늘은 초파일, 석가모니탄생일입니다.
서랍정리를 하던 중 누런 종이 한 장이 보이네요.

 

아파트관리소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책상유리 아래에 두고 수시로 읽던 내용이 담겨 있더군요.

 

잡보장경 중 '걸림없이 살 줄 알라'는 글인데요,
소장 직무가 힘들 때마다 읽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던 소중한 문서였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만나 누렇게 변색된 종이를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누런 종이를 펼쳐서 한 줄 한 줄 읽다보니,
그 시절보다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그저 세월만 흘려보낸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학창시절 성경공부도 많이 했지만 신봉하는 종교는 없습니다.
평소 불교철학에 큰 공감을 갖고 있는데요,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마음에 닿는 것은 자비정신입니다.

 

세상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는 기본 원리를 실천하는 가장 큰 덕목이라는 점에서,
이 세상의 모든 불평등으로 인한 고통의 꼬임과 악순환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봅니다.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생명을 대하면 되는 일인데,
오랜 인간의 역사, 이기적인 유전자가 증명하듯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문제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분명한 사실은,
그 자체로 소중한 생명들을 굳이 인간과 다른 동물로 나누고 우열을 가려 학대할 이유는 없다는 점입니다.
태어나 사는 동안 힘들어도 살려고 하는 생명이라는 점에서는 깊은 공통점을 갖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하물며 남보다 재물 좀 더 가졌다고 갑질하는 일부 인간군상들의 잘못된 행태는 더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특히 약자나 동물을 학대하는 일부 인간들의 행태는 죄악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단죄되어야 합니다.

 

 

 

 

  매년 맞는 석가탄신일은 불교의 생명존중, 자기구도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시대의 참 스승이신 법정스님이 떠올라 서가 속 [무소유]에 시선을 자주 잡히기도 하구요.

 

무조건 신을 믿어야 천국간다며 거리나 지하철안에서까지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일부 기독교와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종교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철학이나 가치관으로 접목시켜도 괜찮다고 봅니다.

 

 

 

 

  현재 부처님의 고향이며 불교의 종주국인 인도에서는 불교가 거의 소멸된 상태입니다.
인도 인구의 95퍼센트가 힌두교와 이슬람교도가 되어 승가가 이미 소멸되었기 때문인데요,
반면 전 세계 약 10억여명이 불교를 믿는다고 하더군요.

 

불교신자가 많은 지역들의 인구감소로 교세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를 보니,
세상이 어려울수록 불교철학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자기가 아는 대로 진실만을 말하여주고
받는 말마다 악(惡)을 막아
듣는 이에게 기쁨을 주어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理致)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지나치게 인색하지 말고
성내거나 미워하지 말라.

이기심을 채우고자 정의를 등지지 말고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위험에 직면하여 두려워 말고
이익을 위해 남을 모함하지 말라.

객기(客氣)부려 만용(蠻勇)하지 말고
허약하여 비겁하지 말라.

 
사나우면 남들이 꺼려하고
나약하면 남이 업신여기나니
사나움과 나약함을 버려 지혜롭게
중도(中道)를 지켜라.

 
태산(泰山)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逆境)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財物)을 오물(汚物)처럼 보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時)와 처지(處地)를 살필 줄 알고
부귀(富貴)와 쇠망(衰亡)이
교차(交叉)함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