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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일상에서

찰리채플린 모던타임즈를 다시 보다

 

  평소 사색하며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온전히 쉬고 싶을 땐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즐겨 봅니다.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 '모던타임즈'입니다.

 

자유로운 자영업을 떠나 시간과 형태에 구속된 직장일을 하다보니,
정신없이 나사를 조이던 영화속의 채플린이 자주 떠오르더군요.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인양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어버린 채
몰입해야 하는 샐러리맨의 현실에 정신적 부담을 자주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죠.

 

처칠과 마오쩌둥으로부터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예술가의 창조적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영화는,
무성영화시대의 명품영화로 단순한 코미디물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된 자본주의를 고발한 작품입니다.

 

진정한 양서가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색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잘 만들어진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로운 자극과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모던 타임즈'는 찰리 채플린이 제작, 각본, 감독, 음악, 안무, 연기까지 한 그의 대표작이며,
죽기전에 꼭 봐야 할 영화에 오르는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채플린의 말처럼,
'모던타임즈'는 코미디라는 장르로 표현한 최고의 시대고발극이라는 점을 다시 느꼈습니다.

 

6시에 가까워지는 시계를 보여주는 첫 장면부터 사랑하는 이와 어디론가 떠나는 마지막 장면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슬랙스틱코미디의 달인인 채플린의 명연기 뒤에 그가 말하려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때문일 겁니다.

 

 

 

 

 

축사로 끌려가는 양떼들에 뒤이은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장면에서는 신도림역의 출근길 인파가 떠올랐습니다.
1936년에 개봉된 당시와 21세기인 지금까지 노동자들에게 부여된 삶의 양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거죠.

 

컨베이어벨트라는 기계화의 부속품이 된 인간의 존엄성 상실과 끊임없는 감시라는 자본주의의 실상속에서,
끝내 미쳐버리는 채플린의 모습을 보면서 참된 사회는 개별적인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라는 점을 자각하게 됩니다.


실업에 고통받고 일자리를 달라며 시위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노동자의 눈물'이거든요.

 

비인간적 자본주의의 실상을 신랄하게 풍자한 채플린을 FBI에서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면서,
비이성적 반공주의의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1952년 미국에서 추방되어 스위스에서 거주하게 됩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천재예술가로 불리며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희극배우로 인정받은 채플린은,
1972년에는 미국 아카데미 특별상 수상, 1975년에는 엘리자베스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라는 영예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어린시절은 매우 불행했습니다.
1889년 런던 뮤직홀 삼류 배우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나 부모는 그가 한 살 때 헤어져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게 됩니다.


어머니의 인기가 하락하고 건강이 악화되며 정신병 증세가 심해지자 어린 채플린은 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죠.

채플린의 삶에 '눈물젖은 빵을 먹은' 시간이 그를 당대의 모순을 풍자하는 일을 피하지 않게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을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논할 가치도 없겠지요.

 

 

 

 

초기 자본주의의 부조리와 기계화의 부품처럼 존중받지 못하는 소외된 인간을 풍자한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까지도 깊이 공감하게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따뜻한 자본주의를 이룩하지 못했다는 증거겠지요.

 

  영화 '독재자'에서 히틀러로 분해 독일군대 앞에서 연설한 내용을 읽으며 채플린의 마음이 되어 봅니다.

 

 

 


우리는 모두가 서로를 도와주고 싶어합니다. 인간이란 그런 것입니다.
우리는 남의 불행에 기인해서가 아니라 남의 행복에 기인해서 살고 싶어합니다.

서로 미워한다든지, 서로 경멸한다든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지구상에는 모두가 살아갈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여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대지는 풍요롭고 비옥하여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롭게, 그리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탐욕이 인간의 영혼에 해독을 끼쳐 온 세계에 미움의 바리케이드를 쌓고,
저 거위걸음(나치스 군대의 걸음)으로 우리를 불행과 살육속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주 빠르게 발전해 왔으나 결과는 도리어 우리 모두를
자신의 굴속에 틀어박히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지식은 우리를 시니컬하게 만들었으며
지혜는 우리를 비정하고 냉혹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만 앞서고 남에 대한 배려는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독재자는 자기는 자유롭지만 우리를 노예로 만드는 법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세계를 해방시키기 위해 싸울 때입니다.
나라와 나라의 장벽을 허물고 탐욕과 증오와 잔인을 추방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