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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그스토리

동반자, 할머니와 푸들!

  지팡이를 짚고 산책하시는 할머니의 곁에는 항상 흰색 푸들 강아지 방울이가 함께 합니다.
뚱뚱한 몸을 이쪽 저쪽 흔들며 할머니가 잘 오시는지 뒤돌아보며 기다렸다 나란히 걷는 배려깊은 강아지죠.

간단한 국거리를 사러 슈퍼에 가실 때도 이웃에 잠시 마실다니러 가실 때도 방울이는 늘 함께 갑니다.
다만, 할머니가 며칠마다 병원에 가실 때에는 오실 때까지 집에서 홀로 기다려야 했습니다.
연로한 할머니께서 신부전으로 몇년전부터 근처병원에서 신장투석을 받고 계시거든요.

아마 그 몇시간이 할머니와 방울이에게는 가장 긴 이별의 시간이엇을 정도로 둘은 늘 함께였죠.
외아들 가족은 오래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따로사는 딸은 생계에 바빠 자주 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병들고 쇠약해진 할머니의 유일한 동반자는 자신도 늙고 병든 강아지 한 마리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와 방울이가 살아가는 모습과 점점 기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기력을 완전히 잃어 신장투석조차 힘들어진 할머니는 끝내 생명의 버팀목을 내려놓게 됩니다.
병원에 가실 때면 몇시간만 기다리면 만날 수 있었던 할머니를 이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유일한 동반자를 영원히 잃게 된 방울이는 예전보다 더 식욕과 기력을 잃어 갔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떠나시고 딸이 데려갔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그 후 방울이의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할머니가 가신지도 벌써 몇년이 흘렀으니 방울이가 지금까지 생명을 부여잡고 있지는 않을 듯 합니다.
아마 자신도 별이 되어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할머니와 만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전에 할머니가 사시던 동네를 지날 때마다 할머니와 방울이가 서로 보조를 맞추며 걷던 정경이 떠오릅니다.

'동반자는 서로 보폭을 맞추며 같은 방향을 보며 걷는 관계'라는 사실을 새삼 배웠던 시간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