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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사회이슈

박용성 막말파동 유감

 

  지난 21일 박용성 중앙대 재단 이사장 겸 두산중공업 회장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는데요,
신속한 거취표명을 했음에도 막말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속칭 '막말 이메일'에 보이는 잔인성이 큰 충격을 주고 있거든요.

박용성 전 이사장이 중앙대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읽어보니 참 기가 막히더군요.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다."

 

교육재단의 이사장이 아닌 테러단체 수장의 표현으로 적격입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대표라도 임직원들에게 해서는 안될 매우 부적절한 표현인데요,
학문의 전당인 대학의 재단이사장으로서 교수들에게 저질의 막말을 사용했다는 것은
대학을 독선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로 보인다는 점에서 크게 잘못된 일입니다.

 

 

 

 

문제는 박 전 회장의 이런 막말이 한두번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중앙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즉 비대위를 변기를 뜻하는 '비데 위원회'로 비하하기도 했고,
교수들을 조두, 즉 새의 머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중앙대 이사장 취임 후 "사회복지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가 따로 있어야 하나?
그럼 왜 할머니복지학과, 할아버지복지학과는 없느냐?"며 학과 통폐합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했습니다.

 

 

 

 

수시로 이어져 온 박 전 이사장의 막말에 대해 중앙대 교수들은 '대학판 조현아 사건'이라면서 고발하기로 했다는데요,
검찰에서 직접 조사를 결정하고 소환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과거 분식회계 사실도 재조명되고 있더군요.

 

  지난 2006년 박용성 전 이사장은 두산그룹 회장을 맡을 당시 회사 돈  286억 원을 횡령하고
2838억 원의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 원을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할 당시 중앙대는 재단의 재정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두산의 인수는 중앙대 입장에서는 활력소였을 것인데 이번의 막말파문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대학인수는 기업의 사정에 따라 대학도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거든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이 설립했거나 인수한 4년제 대학은 총 7개에 이릅니다.


성균관대와 중앙대 외 국민대(쌍용), 인하대(한진), 울산대(현대), 아주대(대우), 포항공대(포스코) 등으로,
이중 울산대와 포항공대는 기업이 직접 설립한 대학입니다.

 

인재양성과 사회공헌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대학운영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만 대학을 운영하려면 기업운영식의 이윤추구가 아닌 교육에 대한 기본적 철학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박용성 두산중공업회장의 막말파문으로 인한 사퇴는 참 유감스러운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교육철학의 차이가 아닌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이 사퇴원인이라니 생각할 수록 기가 막힌데요,
중앙대 학생과 교수들이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