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접고 오랫만에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1년동안 여러 조직을 오가다 보니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되더군요.
다양한 인성과 개성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불가원불가근(不可遠不可近)'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도 하는데요,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거리를 두라는 뜻의 고사성어입니다.
이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오래전 아파트관리소장시절이었습니다.
동기소장이 자신의 처세술을 말하면서 인용했던 부분이었는데요,
아파트 동대표와 주민을 대할 때 특히 필요한 처세술이라고 부언했던 기억이 납니다.
카네기의 처세술과 다양한 동양고전을 읽으며 주민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노력했었는데요,
동기소장의 처세술인 '불가원불가근'은 정말 효과있는 방식임을 절감했습니다.
동대표회장과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회장이 물러나면서 함께 밀려난 소장들이 많았는데요,
자신의 소신을 지키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부분에 아쉬움이 들곤 했었지요.
자영업을 하면서 잊고 있었는데 직장생활을 하노라니 이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모든 ‘관계’에서 두루 적용될 수 있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인식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않는 불가원불가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다소 삭막해 보이지만 억지로 친해지고자 가식적이지 않아도 되고,
원처럼 주위의 모든 지점과 일정하게 같은 거리를 유지하는 정도의 규칙성도 필요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불가원불가근은 삶의 여정에서 일정부분 필요한 원칙이라 하겠습니다.
자신만의 정신적 전용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부분이 매우 소중한 장점이기도 하구요.
특히 '가까우면 화상, 멀면 동상'인 인간관계도 있을 수 있는데요,
너무 멀리 있어도, 너무 가까이 있어도 별 도움이 안되는 관계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즉 '가까이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는' 그런 관계도 많잖아요.
직장생활을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에서 사람을 사귈 때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밑바탕으로 정직함과 원만함을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다만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중용의 정신만큼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일하게 내 몫인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뿐이지요.
생물학적 심리적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간관계에서,
'불가원불가근'은 보다 정신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부와 자녀같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일지라도 각자의 자유공간은 있어야 하거든요.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속세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불가의 수도자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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