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셔틀버스를 타면 많은 대화를 듣게 됩니다.
직장동료들이 일과 상사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부득이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화가 귀를 잡더군요.
컴퓨터로 하는 업무특성상 통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런 상황에서도 딴짓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거죠.
작년 스웨덴 룬드대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롤란드 폴센은 자신의 저서 '공허노동'에서 근무시간 중 딴짓을 ‘공허 노동(empty labor)’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가 스웨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중 하루 평균 2시간가량을 딴짓, 즉 개인 여가활동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서핑이나 휴가지 예약, 메신저로 잡담하는 형태였다네요.
우리나라의 경우 잡코리아가 2013년 9월 직장인 6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9명이 업무시간 중에 하루 평균 59분 21초정도 딴짓을 한다고 응답했다더군요.
딴짓 1위는 메신저(39.6%)였고 스마트폰, 뉴스 검색, 인터넷 쇼핑, 직장 동료와 수다 순이었습니다.
이러한 공허노동은 임금이 적은 블루칼라 노동자보다 업무자율성이 높은 전문직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폴센은 이렇게 분석했는데요,
'과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 투입 정도를 관리자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감하게 됩니다.
저임금이나 생산직 근로자는 고용주가 작업현장을 강력하게 감시하는 경향이 있어 공허 노동이 쉽지 않습니다.
컴퓨터로 모든 업무를 하는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당연히 감시수준이 높은 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셔틀대화를 듣다보면 딴짓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왜냐하면 정해진 근무시간이라고 해도 기계가 아닌데 매일 똑같은 일만 하다보면 지루해 지기 때문인데요,
폴센의 제안처럼 '노동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근로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확대하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에서 기쁨과 보람을 찾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퇴사까지 염두에 두는 경우는 적다는 점입니다.
그 동료의 표현처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만두지도 못하기 때문'이겠죠.
대부분의 직장이 자기성취의 수단이 아닌 생계의 수단이 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노동의 소외'라고 사회학자들은 표현하는데요, 참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자신의 자본이 없는 일반 근로자가 자신의 노동을 팔아 사는 한 획기적인 방법은 없어 보이거든요.
인간은 본래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도처에서 사슬에 얽매어 있다는 루소의 주장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그럼에도 딴짓을 가능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일을 과감히 떠날 용기조차 없다면 성실은 최소한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셔틀버스에서는 많은 대화가 오고 갑니다.
그 누구도 일이 재미있거나 너무 보람있어서 직장생활이 행복하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지친다는 건데요, 그들에게 마음으로 전하는 말은 이렇습니다.
'삶의 소중한 시간속에서 너무 힘들어 하지는 말라, 이 또한 지나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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