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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일상에서

영화 제인구달, 각성의 시간되다

 

  동물에 관심가진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사람 중 한 분이 제인 구달입니다.


영국에서 태어나 20대에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가서 침팬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인간만이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당시 학설을 수정하는 대단한 업적을 이뤄낸 분이죠.

 

지금은 환경보호운동가이며 휴머니스트, 세계적인 희망전도사로,
80 고령에도 1년에 300여일 넘게 세계를 다니며 열정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인 구달에 관한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습니다.


20여 년 전 세계적인 침팬지연구가로서 이룩한 모든 업적과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고,
지구 환경보호에 뛰어든 구달 박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2010년에 제작된 영화입니다.

 

  영화는 여정을 준비하는 제인구달의 집에서 본인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보다 세계를 다니며 강연과 각종 활동에 더 바쁜 길위의 삶을 살면서도,
확고한 결단과 열정적인 실천력으로 강인한 활동가로서의 외연을 확대해 온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진학을 못한 제인구달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프리카로 갑니다.
저명한 인류학자인 루이스 리키박사의 도움으로 6개월동안 침팬지연구에 헌신하게 되는데요,
성과가 없으면 지원이 끊기므로 오로지 연구에만 몰입해야 하는 치열한 시간을 보내게 된 거죠.

침팬지들 가까이 살면서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주된 일과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인 구달은 침팬지가 나뭇가지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흰개미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관찰해 리키박사에게 보고하고 그의 도움으로 사진을 촬영하여 세계에 알리게 됩니다.
그 연구로 제인 구달은 세계적인 침팬지연구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됩니다.

 

하지만 1980년대 제인 구달은 침팬지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식용된다는 끔찍한 소식을 접한 후,
침팬지로 인해 얻은 업적을 침팬지를 돕는데 사용하기로 결심하며 일생을 환경 보호 활동가로 변모합니다.

 

 

 

 

제인 구달이라는 위인의 삶을 차분히 정리해 보여주는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첫 남편 휴고 반 라윅과 외아들, 두번째이자 마지막 남편인 데릭 브라이슨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특히 영혼의 반려자였던 데릭이 암으로 스러지자 제인구달은 곰베에서 수주간 홀로 치유하며 이겨냈더군요.
재미있는 점은 두 남편 모두 제인에 대한 소유욕이 너무 강해서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게 했는데요,
싱글이 된 제인구달은 전 지구적 여성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인물다큐멘터리라 약간 단조로운 면이 있지만 안젤리나 졸리와 피어스 브로스넌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이겠죠.

 

  청소년들의 환경보호참여를 이끌기 위해 시작하여 121개국에서 활동하는 ‘뿌리와 새싹’운동,
인간과 침팬지의 공존을 위한 ’테이케어’프로그램을 시작하여 5년만에 효과를 보게 된 장면은 놀라움이었습니다.

 

 

 

 

가장 가슴아픈 장면은 세계 초일류국 미국의 부끄러운 역사인 인디언 보호구역의 현실이더군요.
사우스 다코타의 척박하고 희망없는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청소년들의 높은 자살율을 접할 때였습니다.


제인 구달이 관심을 갖고 해결하도록 돕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꼭 해왔기 때문이죠.

 

  신념을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녀는 위대한 여성입니다.
몇년전 미국 잡지 ‘뉴 우먼’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100명을 선정한 결과 1위가 오드리 헵번이었는데요,
제인 구달은 현존하는 여성중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온화한 모습의 제인 구달박사가 늘 안고 다니는 침팬지 인형을 보신 분이 많을 텐데요,
시각장애인으로서 마술사의 꿈을 이뤄낸 게리 혼이라는 분의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희망을 전도하는 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인형이었던 거죠.

 

  영화의 서두와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제인 구달의 인상적인 강연을 떠올리며 각성의 시간을 가집니다.

 

"가장 지적인 존재인 사람이 어떻게 하나뿐인 터전 지구를 파괴할 수 있나?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눈앞의 현실만 바라보는 우리의 삶이 지구를 파괴시키고 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희망은 있다."

 

 

텅빈 객석

 

 

  참  아쉬운 점은 이렇게 좋은 영화에 관객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듯이 좋은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관람이 가능한 만큼 각급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를 바래 봅니다.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는 뭔가를 정리하느라 한참을 걸었습니다.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자문하게 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