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계약기간이 10월 말로 종료됩니다.
현 아웃소싱업체가 위탁회사와 재계약을 못했다고 하더군요.
이 곳에서 수년간 일했던 근로자들은 헤쳐모여 신세가 되었습니다.
정규직근로자들은 전배발령을 받아 다른 업무를 시작할 수 있지만,
함께 일했던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거든요.
삼삼오오 모여 일자리정보를 교환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일개미가 떠올랐습니다.
일개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노정에서 서로 만나는 개미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삶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다는 점에서 인간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탈리아 사회학자 파레토는 개미들의 일하는 모습에서 20:80의 원칙을 만들었다고 하죠.
지켜본 결과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20% 정도였고 나머지 80%는 게으름을 피웠다고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20%의 개미들을, 일을 하지않는 80%의 개미들과 격리해 놓았더니,
그 개미들 중 20% 정도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의 개미들은 놀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부지런한 소수(20%)가 게으른 다수(80%)를 먹여 살린다는 이론인데요, 동의할 수 없는 이론입니다.
예전 관리자로서 또 근로자로서 지켜본 결과 다수가 열심히 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만들어진 부는 다수가 아닌 상위 10%의 소수가 부의 90%이상을 가져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 신분시대에 혈통이 계승되었던 것처럼 이 시대에는 부가 계승되는 '도로신분사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계층간 신분이동이 더욱 어려워진 것은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인데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다수가 근로자인 상황에서 근로소득, 즉 실질소득의 하락에 있을 것입니다.
반면 상위소득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증가하는 부의 파워를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미국의 불평등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불평등사회 미국의 CEO들은 노동자들의 평균임금보다 무려 200-296배의 보수를 받고 있으며,
소득 상위 10%가 전체 미국 부의 70%를, 하위 50%는 전체 부의 3%만을 보유하는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거든요.
미국을 따라 가려고 애쓰는 우리나라 또한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들은 게으름 없는 일개미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휴일에도 자원근무를 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월든]의 저자 데이빗 소로우가 말한 '농노'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진취성과 신념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이 지금 있는 곳에 머무르면서 농노처럼 인생을 보낸다'는 건데요,
이곳에서의 마지막 하늘!
그들이 진취성과 신념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더 많은 수입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의 농노가 태생적 노예였다면 그들은 추가적 노동을 선택했다는 점이 큰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까지 포기하면서 말이죠.
많이들 잊어버리는데요, 시간은 개인에게 부여된 무한자원이 아닙니다.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리면 다시 뒤바꿀 수도 없는 귀한 순간의 연속적인 상실일 뿐이지요.
그런 점에서 시간은 가을의 낙엽과 많이 닮았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 온 근로자들이 본의아니게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만 한다는 점에서,
재계약이 안된 아웃소싱업체 근로자의 비애를 느끼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근로자들은 업종과 임금수준, 능력에 따라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시간을 노동으로 판매하여 받은 임금으로 생활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존재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 서민들이 잘 사는 나라가 진정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비정규직과 저임금등의 불평등을 해소하여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정된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는 점에서 개념 부족한 정책담당자들의 개과천선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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