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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더불어삶

세 모녀 사기사건, 메타세콰이아 열매가 떠오르다


  세 모녀 사기사건 판결에 주목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대책없이 가출한 세 모녀가 모텔을 전전하며 생활고에 시달립니다.


생활력이 없는 모친과 대학생인 동생을 위해 장녀가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사기행각을 벌여 6천여만을 챙기다가 덜미가 잡혀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입니다.


부친의 상습폭행이 가족의 해체로 이어져 불시에 도시의 난민으로 전락한 세 모녀가 자생할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끝내 범죄의 수렁에 빠져버린 사건인데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가정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위의 범죄는 전형적인 생계형 범죄로 보여 집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범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범죄의 길에 나섰다는 사실에 진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자신과 가족의 불행을 타인에 대한 범죄로 해결하려는 이번 사건을 접하다 보니,

건너편 가로수길의 메타세콰이아가 떠오릅니다.





잎이 무성해지는 봄부터 더운 여름철에는 착한 새들의 휴식처가 되어 주다가,

가을이 되면서 갈색으로 변해 시나브로 떨어지니 숨어있던 열매가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이처럼 나무는 사람이 보든 안보든 자신의 역할을 자연과 더불어 해 내고 있습니다.


인간사회가 나무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평화적으로 조화롭게 해 낼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한층 아름다운 사회로 자리잡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을 더불어 사는 이웃이 아닌 탐욕의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도 그러한 부류는 늘 존재해 왔다는 점이 그 증표가 되겠지요.





우리 사회의 소수 기득권집단은 90% 채워진 물잔을 더 채우기 위해서 10%만 가진 다수 서민들의 물잔을 넘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회의 한정된 부를 가진 자들이 더 챙기려고 할수록 다수에게 나눠질 부는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자정제도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는 사회나 국가는 점점 혼탁해 질 수 밖에 없는 거죠.


전혀 개선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지켜 보면서 나무를 만나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웃에 피해주지 않으면서 묵묵히 잎을 피워내고 열매를 만들어 내는 나무의 참다운 진실이 느껴지거든요.





메타세콰이아 열매를 목걸이로 만드는 체험학습을 하는 곳도 있더군요.

한 해를 열심히 살아온 나무의 결실을 그러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나무는 자신을 떠난 열매의 향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을 테니까요.

새해가 되면 또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 그저 열심히 살 뿐이기 때문이죠.


  오랜 경제침체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삶이 양심을 뒤흔들 정도로 힘들다 해도 남에게 피해끼치지 않는 나무처럼 살아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