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입주받는다고 동료 소장들에게 말했을 때 매우 황당한 말을 듣게 되었지요.
"입주를 받았던 어떤 소장은 차를 샀다는 말이 있던데요."
"타는 차를 말씀하시나 본데 마시는 차 한 잔도 살 돈이 없거든요.
지금 직원들과 쓰레기 치우느라 하루 해가 가는데 무슨 말씀을...^^"
초기 입주 아파트는 단지내 시설물광고와 청소, 소독, 승강기등 용역업자들과 체결해야 할 계약이 많습니다.
계약과정에 오가는 리베이트(뇌물)을 계약상 '갑'에 해당하는 소장이 독차지한다는 의미인 것 같더군요.
그 점을 악용해서 차를 산 소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일은 없겠죠.
다만, 업체선정 권한은 소장이 아닌 위탁관리회사 본사에 있다는 것을 일반인이나 입주민은 모를 겁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위탁회사의 대리인에 불과하므로 전적인 업체선정권한은 없거든요.
신규아파트는 주민 과반수가 입주하면 주민대표인 동대표자를 선출하여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게 됩니다.
동대표중에서 감사직을 맡은 분들에 의하여 관리사무소의 과거 업무가 도마위에 오르게 되는 거죠.
감사장을 떠도는 살벌한 분위기속에서 문제의 그 사건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전기과장이 물품입고과정에서 일정액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사건이었죠.
전기과장에게 간단한 보고만 받고 모든 것을 위임한 상태라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지요.
알고보니 전기과장이 받았던 정도의 액수를 업체로부터 받는 것이 전기업계의 관행이라고 하더군요.
거부하고 싶었던 잘못된 관행이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 거죠.
전기부문은 일절 관여하지 않고 100% 위임했지만 과장 혼자만의 책임은 될 수 없었습니다.
직원의 잘못에 대해서 대표가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은 너무 비겁한 일이라 생각할 수 없는 일이죠.
결국 전기과장이 업체에서 받은 액수만큼 변상하라는 동대표 감사들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책임지는 차원에서 전기과장이 받은 금액을 둘이 나눠서 변상하고 사건을 마무리지었죠.
자신이 청렴해도 직원이 그렇지 못하면 결국 마찬가지라는 것을 다시 경험하게 된 셈이지요.
예전에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기억나는군요.
뇌물받은 사람이 구속되는 TV화면을 보고 욕하는 사람에게 곁에 있던 지인이 했다는 말이라네요.
"저 사람이 뇌물받았다고 비난하는 네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진실로 청렴할 수 있었을까?
네게 그런 자리에 앉을 기회가 온다면 너는 절대 챙기지 않을거라고 진실로 자신할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내가 죽을 때 썩을 것이라 믿으며 나의 에고는 완전히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젊지 않으며 삶을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소멸된다는 생각이 공포로 오들오들 떠는 것을 경멸할 것이다.
행복은 끝이 있기 마련이고 그렇기에 그 행복은 진실한 것이다.
사랑과 사상 역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
- 버트런드 러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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