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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일상에서

아파트에서 생긴 일 9 화 - 며느리에게 말하지 말아주오!

 

  앞동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며 관할 경비초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즉시 소방서에 긴급출동을 요청하고 현장에 가보니 한 세대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더군요.

 

경비직원이 해당 세대에 올라가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다는 전언을 듣고 있는 중,
소방서에서 지휘차를 필두로 소방차 3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아파트로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소리에 놀란 아파트 입주민들이 모두 나와서 현장을 지켜보는 가운데 소방관들의 진입이 시작되었죠.
일부 직원이 베란다를 통해 들어간 후 현관 문을 열어 다른 소방관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방식이었지요.

십여분만에 모든 작업을 끝내자 소방관 상급자가 와서 관련상황을 설명하고는 오던 순서대로 돌아가더군요.

 

 

 


  세대에 들어가 보니 온 집안이 매캐한 연기냄새로 가득차 있었지만 불탄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집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발생할 뻔 했었기 때문이지요.

 

혼자 계시던 어르신이 아침식사를 하려고 김치찌개를 데우다 깜빡하시고 그대로 외출하셨다네요.
자동꺼짐장치가 되어 있는 가스레인지라서 다행히 큰 화재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찌개국물이 사라질 때까지 냄비가 완전히 타면서 발생한 연기와 탄 김치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차게 된 거죠.

 

그날 오후, 아파트 주민들을 놀라게 했던 세대의 어르신이 관리실로 올라오셨습니다.

귤 한봉지를 들고 오셔서 건네더니 낙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신 채 신신당부하시더군요.

 

"우리 집에 불났었다는 말, 제 며느리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말아 주세요."
"예, 어르신 그렇게 하겠습니다."

 

 

 

  확답을 드린 후 고개 숙이고 가시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지켜 보았습니다.
관리실에서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저녁에 귀가한 며느리가 모를 수는 없는 일인데 말이죠.
집안에 가득한 연기와 찌개냄새가 사라지려면 최소한 일주일 이상은 지나야 될 정도였거든요.

 

며느리에게는 자신의 불찰을 숨기고 싶어하셨던 그 어르신의 뒷모습이 생각나네요.
지켜보았던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아는 일이지만 그래도 가족에게는 숨기고 싶으셨던 게지요.

 


 유머 - 건망증

  한 노인이 의사에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건망증에 걸린 것 같아요. 간 밤에 차를 어디에 세워 뒀는지, 틀니를 빼서 어디에 두었는지 자주 깜빡해요.
텔레비전 리모컨도 손에 들고 자주 찾아요."

 

의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주 상냥하게 대답했다.
"진찰비를 미리 주셔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