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인/역사사색

돈과 디오게네스

 

  역사는 늘 승자의 시선으로 쓰여 집니다.
무대에서 퇴장한 패자는 승자를 장식하는 역할밖엔 안되거든요.

 

승자는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되는데요, 그중의 하나가 돈입니다.

 

돈이라는 것이 없었던 고대를 제외하고,
무한경쟁의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지금까지 가장 큰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죠.


돈을 대체하는 어떤 새로운 물건이 발명되더라도 돈의 위력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때문에 역사상 많은 이들의 화두가 '돈의 노예가 되느냐!

돈의 주인이 되느냐~' 였는데요,


불행하게도 인간 뇌의 크기가 별로 진화하지 않아서인지 수천년동안 정답을 찾아 헤매는 형국입니다.
그 해답을 찾아 삶에 적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죠.

 

  얼마전 지인을 만나 돈에 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열심히 살았음에도 가장 궁한 물질이 돈이라는 현실에 우울감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워크푸어, 하우스푸어라는 단어가 전혀 낯설지 않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갈등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진짜 부자는 자신의 지갑에 돈이 얼마 있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일반 서민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지요, 대부분은 카드결제일에 펑크날까 신경쓰며 사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지인과 대화이후 돈을 대하는 자세와 통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스 철학의 한 유파인 견유학파에서 가장 유명한 철학자로서 '아테네의 개'로 불린 사람이었죠.
개처럼 떠돌며 살면서 가진 것 없어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대로 자연적인 삶을 살아 간 철학자였는데요,

 

 

 


  알렉산더대왕과의 일화가 가장 유명하지요.

 

디오게네스가 대관식초대를 거절하자 알렉산더 대왕이 직접 찾아 와서 소원을 묻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햇빛을 가리지 말고 좀 비켜주시오”

 

이처럼 세속에 뜻을 두지 않고 권위에 저항하며 기꺼이 넝마생활을 했던 디오게네스는
“더도 덜도 말고 딱 개만큼만 하라”는 자신의 주장을 평생 실천했다는 점에서 참 독보적인 철학자입니다.

 

 

 

 

  한 시민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왜 자기가 개라고 생각하십니까?”

 

디오게네스가 대답했습니다.

“음식을 주는 사람에겐 꼬리 치면서 반기고,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시끄럽게 짖어대고,
내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달려들어 물어버리기 때문이지.”

 

  애견가로서 한마디 보탠다면,
개는 위선이나 가식이 없는 순수한 동물입니다.
많이 사용하는 욕설에 '개'라는 단어가 붙는 것을 보면 정말 황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오게네스의 재산은 잠잘 때 쓰는 항아리(통)와 식기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 집니다.

진짜 스님이었던 법정스님이나 디오게네스와 같은 철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무소유를 지향하기는 어렵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그처럼 드높은 정신의 품격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면서도 담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역사에서 '돈 많은 부자들이 늘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일 겁니다.

 

삶의 행복은 돈의 많고 적음 자체가 아니라 행복을 위한 수단이 될 때 진정 행복하다는 것이 진실입니다.

 

 

 


  그래서 전 부자되시라는 인사보다는 행복하시라는 말을 애용합니다.

 

지인에게 말하지 못한 한마디를 더하면,
'소비에 맞추지 말고 수입에 맞추면 덜 힘들다는 것', 그 또한 진실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