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로, 또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유명한 작가의 책이 새삼 생각난 것은 순전히 가정의 달 때문입니다.
내일이 어버이날, 원래는 어머니날이었는데 소외감 느낄 아버지들을 위해 어버이날이 되었죠.
세상의 모든 자식의 한 사람으로서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떠올려 보니 이 책이 생각나더군요.
이 작은 책은 내 앞의 삶에 바빠 잊고 있던 '엄마'라는 존재를 문학적 감동으로 온전히 일깨워 줍니다.
칠순 어머니의 실종을 둘러싼 '너'를 비롯한 가족들의 과거 기억들을 읽노라면 남의 일이 아니더군요.
첫 문장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에서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라는 끝문장에 닫는 동안,
문학 소설에 대한 감정의 이입, 동질화를 넘어 후회와 자책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에 차차 묻히게 되거든요.
'엄마'가 사라진 후 알게 된 고아원 기부와 봉사라는 '엄마의 사생활'은 끝없는 모성의 확장일 것입니다.
다만 가족들은 단지 어머니와 아내로만 인식하고 있어 결코 알 수 없었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부분이었죠.
또한 자식들 성장후 그들의 미래에는 '엄마'와 함께 하려는 계획은 전혀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작가의 인칭 묘사중 큰 딸을 향한 '너'는 매우 도전적인 언어로 가슴에 꼿힙니다.
'엄마'와 함께 했던 일상의 시간이 행복이었음을, 단순한 평온 그 이상이었음을 가족들은 나중에야 알게 되죠.
그 사랑이 사라진 후 뒤늦게 느끼는 것은 인간 관계의 비극이며 반복되는 굴절된 아픔이기도 합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에 바티칸 시국에 와서 피에타 성모상을 만나게 된 큰 딸 '너'는,
인류의 모든 슬픔을 연약한 팔로 끌어안고 있는 성 베드로 성당안의 여인상 앞에 무릎을 꿇지만,
그 앞에서는 차마 하지 못했던 간절한 말이 이 책의 제목 '엄마를 부탁해'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 시국에서 예전에 '엄마'가 부탁했던 장미묵주를 구입하면서,
엄마의 실종을 가슴아프게 느끼는 큰 딸 '너' 의 모습은 자식된 모든 이들에게 아픔으로 다가 옵니다.
2008년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가 된 책이라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을 것입니다.
읽으면서 느낀 충격과 후회를 책을 덮는 순간 함께 덮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독서는 삶을 향유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삶을 재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 책과의 만남은 '엄마의 재발견'을,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거든요.
옛말에 엄마는, 부모는 자식이 효도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책의 표지에 자리잡은 리스트의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에 공감하게 됩니다.
흔히 '자식사랑은 내리사랑'이라며 부모에 대한 무관심을 합리화하는 경향을 자주 접하곤 합니다.
부모가 많이 아프면 자식들은 모두 바쁘다는 이유로 '요양원이라는 이름의 타인의 손'에 맡겨 버리거든요.
때문에 효도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올곧이 바친 어머니에 대한 자식들의 당연한 배려입니다.
엄마이기 전에 여성인 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동시에 최대한의 경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구요.
또한 대지에 발딛고 사는 인간의 숙명을 잉태한 '엄마'의 존재는 인간 삶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피에타의 성모상처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온전한 모습으로 자식들 안에 영원히 살아 있기 때문이죠.
6년간의 오랜 기간동안 숙고를 거듭하여 이 책을 세상에 내준 작가 신경숙님의 말입니다.
"오늘의 우리들 뒤에 빈껍데기가 되어 서 있는 우리 어머니들이 이루어낸 것을 어찌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 가슴아픈 사랑과 열정과 희생을 복원해 보려고 애썼을 뿐이다.
이로 인해 묻혀있는 어머니들의 인생이 어느 만큼이라도 사회적인 의미를 갖기를 바라는 것은
작가로서의 나의 소박한 희망이다."
참고로 '엄마를 부탁해'는 이달 23일 국내 판매 200만 부를 돌파했습니다.
미국에서도 1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34개국과 판권 계약을 비롯해 17개국 출판이 이뤄졌다는 소식입니다.
더불어 올해 3월 작가는 이 작품으로 한국 작가로선 처음으로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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