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생물학을 전공한 이학박사며 도쿄대 교수인 오바라 요시아키의 저서입니다.
책 표지에 있는 인상적인 두 문장을 보면 이 책의 전체적인 맥락을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수컷들의 삶은 피곤하고 괴롭다
왜, 암컷들은 그토록 치밀하게 계산하고 짝을 선택하는가?'
암컷과 수컷의 생리학적 특성과 번식 전략의 진화를 '이기적 본능'이라는 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물종에서 포유류의 한 종인 인간 가족의 본질을 대단원으로 풀어낸 매우 흥미로운 책입니다.
즉, 행동, 진화 생태학 개념으로 동물들의 다양한 행동을 통해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있죠.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려는 동물들의 번식행동특성을 오랜 연구결과등 풍부한 사례가 펼쳐집니다.
때문에 딱딱한 제목과 달리 일단 책을 펼치면 쉽게 '동물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게 되더군요.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의 본능과 심리를 평이하고 흥미있게 서술하고 있어 책읽는 즐거움이 크거든요.
평소 동물행동학 책을 즐겨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더 큰 재미가 있어 읽는 동안 매우 행복했습니다.
특히 수컷과 암컷의 기발한 번식전략을 보면 오랜기간 진화의 링에서 성대결을 펼치는 느낌이 듭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도 느꼈던 후손을 남기려는 고도의 이기적 본능을 다시 떠올리게 하죠.
저자는 '동물의 수컷과 암컷은 좀 더 많은 자식을 남겨야 한다'는 자연이 부과한 과제에 응하기 위한 번식에 관한 여러가지 번식기법을 발달시켜 왔다.'고 주장합니다.
일례로 부부금실의 상징으로 알려진 원앙이 항상 함께 있는 것은 수컷의 의심증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암컷의 외도를 막으려는 수컷의 필사적인 가이드작전이라니 속설과는 정말 많이 다르죠.
또한 일본사회의 여러가지 가족 불안정요인을 지켜본 저자는 '즐겁고 안정된 가족'을 구축하기 위한
여러가지 유의점을 정리해 두었는데 거의 비슷하게 발전하는 우리나라에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혼전성경험, 비혼, 이혼, 미혼모, 배우자의 외도, 싱글라이프등의 경향은 전통 가족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인 것은 사실이며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도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거든요.
급변하는 지구환경과 사회 변화에 따른 삶의 불안정한 요소가 가족에도 거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처럼 복잡한 현실도 동물 특유의 생존전략으로 충분히 극복할 저력이 있다고 믿어 봅니다.
아놀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개념은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의 진화과정에도 해당되기 때문이죠.
이처럼 동물의 번식전략과 동물의 가족, 나아가 인간 가족의 기원과 현대의 다양한 가족유형까지 다루고 있어,
남녀노소 모든 분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실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다만 흥미있는 내용에 비해 제목이 너무 딱딱해서 독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점이 아쉽더군요.
'사랑의 줄다리기' 나 '암컷과 수컷! 오랜 성대결의 과정'등의 제목을 혼자 상상해 보았습니다.
소중한 나무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책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것은 애독자의 바램이거든요.
첫 장에 인용된 미국 30대 대통령 쿨리지의 재미있는 일화
쿨리지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한 농장을 시찰하러 갔다.
양계장을 둘러보던 부인이 농부에게 물었다.
"수닭은 하루에 몇번이나 암닭과 관계를 하나요?"
"열번 이상 합니다."
그러자 부인이 말했다.
"그 얘기를 제 남편에게도 꼭 들려 주세요."
이윽고 그 얘기를 전해들은 대통령이 농부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 수닭이란 녀석이 항상 같은 암컷과 관계를 맺나요?"
농부가 고개를 크게 내저으며 대답했다.
"그럴리가요. 매번 다른 암컷하고 합니다."
이말을 들은 대통령이 흡족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그 얘기를 내 아내에게 전해주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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