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생명체의 98%가 곤충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면 이 지구상의 주인은 70억에 가까운 인간종이 아니라 그네들 곤충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원래 개를 비롯한 포유류를 좋아해 왔기 때문에 평소 곤충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고,
저자도 낯설었지만 이화여대 생명공학과의 최재천교수가 추천하는 책이라는 표지를 보고 펼치게 되었습니다
열고 보니 파브르곤충기를 완역한 저자의 은사인 성신여대 김진일 교수의 추천사도 있더군요.
먼저, 이 책의 장점은 아주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곤충들이 자연에서 얻는 다양한 밥상과, 생명을 건 짝짓기, 임신과 출산장면등은 물론, 그 작은 곤충들이 자기 종을 보존하기 위해 오랜세월 연마한 자기보호기법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곤충들의 밥상을 풀, 나무, 버섯, 똥과 시체, 곤충등 다섯 종류로 나눠,
각자의 위치에서 종보전을 위한 최선의 삶을 사는 곤충들의 생활상을 많은 칼라사진으로 보여 줍니다.
사진과 스토리가 있는 역사책을 보는 것처럼 시종 생생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분명히 전문서적임에도 일반독자를 대상으로 한 저자 정부희 박사의 친절한 설명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장 서두에 들어가는 저자의 글솜씨가 워낙 뛰어나서 읽는내내 흥미의 품안에 빠져들게 합니다.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저자가 어린시절 접했던 곤충들에 대한 내용에 잠시 의아할 수 있지만,
어느정도 나이든 분들은 저자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됩니다.
최재천 교수가 한국의 파브르로 자리매김 할 학자라며 저자를 극찬하는지 이해하게 되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곤혹스런 부분을 든다면 사실적인 사진을 보여 주다보니 동물의 분변과 시체가 터전인 곤충들의 경우, 그 용감한 사진을 마주하기 어려워 고개를 돌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물론 덮으면서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겸손이었습니다.
인간이 마치 지구의 주인처럼 좌지우지 하고 있지만 곤충이 없다면 지구는 존재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곤충의 역사에 비하면 인간은 아주 최근에야 지구에 도착한 존재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며,
보이는 것에 마음이 휘둘려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점에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산길이나 풀 숲 또는 썩어가는 나무등걸 앞을 걸을 때면 저기에 어떤 곤충들이 살고 있을까 들여다 보게 될 것입니다.
전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던 장소가 아주 오래된 생명들의 터전임을, 밥상임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아주 작은 생명들의 소중함과, 생명공존의 가치를 일깨우는 점에 있습니다.
방학을 맞은 지구상의 모든 것에 순수한 가슴이 열려있는 미래의 지구 지킴이 어린이들과,
올챙이 시절을 잃어버린 개구리로 살면서도 자기가 기억상실 개구리인지도 모르는 어른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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