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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일상에서

아파트에서 생긴 일 4 화 - 아파트상가 화재사건

 

  마지노선은 제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가 독일에 대한 방위선으로 국경에 구축한 근대적 요새이다.
당시 국방장관 마지노의 건의를 받아들여 10년동안 막대한 금액과 근대 기술을 모아서 만들었다.

 

프랑스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이 요새는 1940년 5월 독일군의 우회기습으로 그만 기대를 저버리게 된다.
'최후 방어선'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지금은 아파트관리부분도 많이 발전했지만 초기만 해도 여러가지로 부실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수선해야 할 시설은 증가하지만 관리비는 증가하지 않아 적립금이 거의 없었지요.


소방시설이 모두 고장났지만 불이 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기에(?) 보수순위에는 아예 없더군요.
가장 기본적인 소화기조차 분말이 오래전에 굳어 있었지만 전체 교체는 아무도 고려하지 않은 상태였죠.

 

 

 

 

  그러한 상황에서 회장등 동대표자를 설득하여 소화기를 일부만 충약하는 선에서 타협하게 되었습니다.
화재발생시 직원들이 신속하게 초기진화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정비한 마지노선이었죠.
역사에서는 마지노선이 쓸모없게 되었지만 현실에서는 부디 유용하기를 간구했습니다.

 

  소화기를 일부만 충약한지 며칠 후~ 총무가 갑자기 뛰어 들어오더니 경리에게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단지내 상가에 불났어요. 소방서에 빨리 신고해 주세요."


말을 끝맺기도 전에 소화기를 찾아 들고 뛰어 내려가더군요.

소방서에 출동요청신고를 확인한 후 화재 현장에 가보니 끝쪽 상가 안에 연기가 가득한 거예요.

 

놀란 주민과 이웃상가 업주들이 모두 나와 있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연기가 피어 오르는 상가내부를 보니 안 쪽에 있는 과열된 난로에서 불꽃이 오르고 있더군요.

더 큰 문제는 안쪽에 얌전히 들어가 있는 부탄가스통이었습니다.

불이 그 쪽까지 옮겨 붙는다면 대형사고로 확산되어 '9시 저녁뉴스'에 나올만한 상황이 되겠더군요.


속으로는 강한 위기감을 느꼈지만 태연한 표정으로 준비했던 소화기를 모두 가져와서 진화하도록 했죠.

화재발생에서 초기 진화까지 불과 몇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순간의 시간개념은 기억나지 않네요.
직원들이 소화기로 초기진화를 하는 동안 소방차가 도착해서 안전하게 마무리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진화작업이 끝나자 총무가 옆에 오더니 정말 다행이라고 연신 말하더군요.

 

"소화기를 미리 충약하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뻔 했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직원들이 신속하게 처리해 줘서 고마워요."

 

  만약 즉시 소화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면 화재가 확산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하늘을 우러러 감사드렸지요.

 

분명한 사실은 소화기는 초기진화에만 사용할 수 있을 뿐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국의 오래된 아파트 중 미비한 화재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필요함을 절감했던 사건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