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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사회이슈

웰다잉, 죽을권리 인정되어야 한다

 

  웰다잉은 아름답고 행복한 죽음으로 삶의 존엄한 마무리를 의미합니다.

 

잘먹고 잘사는 웰빙만큼 웰다잉도 인간적 가치를 위해 중요한데요,
최근 웰다잉을 생각하게 하는 두 가지 판결이 나왔더군요.

 

뉴질랜드에서는 '죽을 권리'를 요청했던 40대 변호사 실즈의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으나,
유럽인권재판소는 식물인간 상태인 30대 남성이 숨을 거둘 수 있도록 영양과 수분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08년 오토바이 사고로 7년간 식물인간 상태인 38살의 프랑스인 38살 뱅상 랑베르에게 인위적인 영양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유럽 인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하여 사실상 안락사를 허용한 것입니다.

 

반면 뉴질랜드법원은 불치병 환자의 죽을 권리와 조력의사의 형사 면책을 인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의회에서 법을 고쳐야만 가능한 사안이라며 불치병환자의 요청을 거부한 것입니다.

 

  죽을 권리란 '회복할 가망이 전혀 없는 환자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부여되는 권리'이며,
안락사란 '불치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물주입, 식이중단 등 적극적으로 죽음에 개입하는 것'입니다.

 

 

 


즉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으로 편안한 임종을 도와주는 존엄사와는 다른 개념이지만 죽을 권리라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중요한 그 이상으로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두 가지 상반된 판결중 말기불치병환자의 인권을 받아들인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을 지지합니다.

 

법원의 예비 결정문이 전달된 직후 사망한 실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현실 앞에 선 인간으로서, 그리고 엄청난 고통을 앞둔 인간으로서
나 자신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삶의 여정을 언제 끝낼 것인지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 권리는 그 누구도 아닌 내게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다수 국가들처럼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행 우리나라 헌법 10조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에는 자신의 생명과 신체유지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안락사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락사반대를 주장하는 종교계등에서는 안락사를 합법화하면 생명경시풍조확산 및 악용소지가 크다고 주장하는데요,
생명에 가장 집착갖는 존재는 바로 자신이라는 점에서 존엄을 위한 마지막 결정권을 갖는다는 의미가 훨씬 클 것입니다.

 

주어진 삶동안 자신의 책임하에 살아 온 인간이 자신의 죽음에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소중한 인권은 삶의 전 과정은 물론 종착점까지 행사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진정한 진보라는 점에서 안락사를 법제화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지난 3일 50년 넘게 루게릭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는 조력자살을 고려할 수 있음을 말했더군요.


“고통이 너무 심하거나, 내가 세상에 더 이상 기여하는 게 없고 짐이 될 뿐이라고 느끼면 조력 자살을 고려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의사에 반해 그를 살려 두는 것은 궁극적인 치욕”이라며 2013년에도 조력자살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었는데요,
유명한 학자인만큼 영국에서의 안락사논쟁을 공론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락사는 찬반논란이 워낙 큰 사안이라 법제화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웰다잉을 고려하는 분들이라면 건강할 때 '사전의료 의향서'를 작성해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존엄한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은
일생을 함께 해 온 소중한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마지막 배려이기 때문입니다.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지만 자신의 존엄을 위해 필요하다면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