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팬이 아닌 분들도 '루치아노 파바로티'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금세기 최고의 테너가수로 수 십년동안 전 세계에 군림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성악가 말이죠.
오래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라디오에서 한번 듣고 그 순간부터 팬이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은 이탈리아 일간지 문화부기자이며 오페라 전문평론가인 알베르토 마티올리가,
파바로티의 출생부터 세계적인 테너가수로 성공하는 과정, 스캔들, 죽음의 여정을 저술한 평전입니다.
제빵사이며 아마츄어 테너가수인 아버지와 담배공장 노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파바로티!
10년만에 태어난 아들이라 가족들이 파바로티를 신처럼 떠받들어 그의 유년시절은 매우 행복했습니다.
그에게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아름다운 목소리와 낙천적인 성향이 삶의 가장 큰 선물로 주어졌지요.
수학을 잘했지만 학교선생이 되는 것보다는, 테너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부모에게 이렇게 부탁합니다.
"30세가 될 때까지도 테너가수가 되지 못한다면 깨끗이 포기하겠다."고 말이죠.
19세에 살아있는 전설로 알려진 테너가수 '아리고 폴라'를 스승으로 만나 2년 반동안 배우고,
1961년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로돌프역으로 데뷔후 아두아와 결혼하여 35년간의 결혼생활을 이어갑니다.
1973년 미국공연 성공 후 세계적 테너로 거듭나면서 1980년대 마침내 테너가수로서 정점에 달하게 됩니다.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한 루치아노 파바로티
간혹 목소리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속에도, '쓰리테너', '파바로티와 친구들'로 돈방석에 앉게 되지요.
하지만 그는 악보를 읽지 못하는 가수였습니다, 악보 위에 자신만의 기호를 표시해서 노래한 거죠.
오페라에 필수적인 연기력도 없었고 세련미도 없었지만 타고난 운과 음악성으로 극복했으니 참 대단한 거장입니다.
당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플라시도 도밍고와 여러모로 알력이 있었지만 '쓰리테너'이후 화해의 길로 갑니다.
지나치게 돈을 밝힌다는 비난이 있었음에도 공연이 성공하여 세 사람 모두 부푼 지갑을 받게 되었거든요.
파바로티는 크게 성공한 테너가 되었지만 그가 손댄 모든 일마다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죠르지오의 사랑'이라는 영화에 출연했지만 흥행에 실패하고, 오페라감독으로도 나섰지만 역시 실패합니다.
탈세스캔들로 타격을 입었음에도,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테너가수며 브랜드라는 점은 전혀 변하지 않았지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그의 부모는 아들이 세계적인 성악가로 성공한 후에도 허세나 사치없이 평범한 삶을 영위합니다.
반면 파바로티는 '비서들'로 불린 끊이지 않는 여성편력끝에 35살 연하인 니콜레타 만토바니와 재혼하여 세상을 놀라게 합니다.
임신중 결혼하여 쌍둥이 아들, 딸을 얻게 되지만 아들이 곧 사망하는 아픔을 겪게 되었지요.
췌장암 수술후 이탈리아 동계올림픽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른 것이 그의 마지막 무대로 기록됩니다.
끝부분 '빈체로(승리하리라)~'를 부를 때면 항상 만족한 미소를 보이던 그가 그 때는 고통스런 표정을 보였다죠.
2007년 9월 췌장암 재발로 사망한 파바로티는, 태어난지 불과 몇 분만에 세상을 등진 아들 곁에 묻힙니다.
파바로티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닮았는데 그의 아들이 제대로 성장했다면 어떠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그는 첫째 결혼에서 딸 셋, 재혼에서 낳은 쌍둥이중 아들이 먼저 떠나 결국 딸 넷만 남게 되었거든요.
이 책은 평소 궁금했던 거장의 사생활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차분히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참 재미있습니다.
파바로티를 좋아하는 음악팬이라면 그의 음악을 감상할 때마다 기억나는 '파바로티 스타일'이 있지요.
160-180kg으로 추측되는 거대한 체중과 검은 수염, 에르메스 스카프를 매고 흰 손수건를 흔들던 모습입니다.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저자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파바로티는 이렇게 말했다죠.
"저는 정말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만약 하느님이 모든 것을 가져가신다면, 제가 누린 걸 그냥 돌려드리는 셈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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