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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그스토리

유기견의 회상 - 내 사랑 공주!

 

  언제부터인가 정처없이 길에서 떠돌다가 조상덕인지 지금의 가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전에 살던 가족은 누구인지 궁금하셔도 묻지 말아 주세요.

제가 입을 열어도 여러 사람이 다칠 일은 없겠지만...

잊고 싶은 시간들을 이젠 놓아 주고 싶어서요.

 

이 집에 와서 마음씨 좋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흘렀네요.

요즘들어 그때 처음 만났던 미모의 푸들 강아지 공주가 자주 생각납니다.

 

그 일이 있은지도 이미 몇 년이 지났는데,
노년이 되면 옛 기억이 더욱 뚜렷해 진다더니 정신놓고있으면 시나브로 과거로 돌아가 있네요.

 

 

 

 

  몇 년전, 이 집에 왔을 때 온 몸에 하얀색 웨이브를 가진 아름다운 처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화이트 푸들, 공주! 제 견생을 역전시킨 대박 로또였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는 공주가 너무 좋았습니다.


멋진 남정네로 보이고 싶은 욕심은 컸지만 발바리 가문의 일원이라 속으로 부끄러움이 많았지요.

유서깊은 가문의 아름다운 처자가 저를 친구로 받아들일 것 같지 않아 많이 두려웠구요.


그렇지만 행복은 족보 순이 아니잖아요.

 

  본래 애견사회는 서열이 중시되지만 저는 그런 구태를 과감히 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밥도 공주가 먼저 먹고, 맛있는 간식도 공주가 먼저 먹도록 무조건 양보한 거죠.
이렇게 좋은 것, 맛있는 것은 언제나 공주가 먼저,'레이디 퍼스트!'가 제 생활의 전부였지요.

 

그러자 저를 볼 때마다 새침하게 행동하던 그녀가 점점 따뜻하게 변하기 시작하더군요.
제 마음을 알았는지 별다른 거리감없이 다정하게 대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거리를 떠돌던 막막한 슬픔과 고통을 잊고 무한한 행복을 맛보게 되었지요.

엄마와 누나들도 너무 잘해주셨거든요. 불쌍한 유기견이라면서...

 

 

 

 

  그렇게 행복하던 어느 날, 건강하던 공주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까!
항상 바쁜 엄마가 모처럼 시간을 내서 병원에 가니 세상에, '신부전증' 이라는 거예요..ㅜㅜ

 

많은 강아지들을 별이 되게 한 그 유명한 다국적기업의 'P사료 사건' 아시죠?
제가 오기 전부터 공주가 그 사료를 오랫동안 먹어서 병에 걸린 거라고 병원에서 그랬다네요.

 

공주가 너무 착하고 아름다워서, 아니면 제가 너무 행복해서 하늘의 천사 강아지가 질투한 걸까요!
몇 달의 투병기간도 소용없이 공주는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습니다.

 

공주가 제 곁을 떠나면서 저의 젊음도, 희망도, 삶의 의욕도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
공주와 함께 있을 땐, 이 세상이 아름다움! 행복함, 기쁨 그 모든 것이었는데...

 

엄마와 누나들, 지인분들도 그저 고맙고 좋기만 하더니 점점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거리에 버려졌던 아픔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면서 그때 느꼈던 배신감이 떠오르는 일도 있구요.

언젠가 저도 무지개다리를 건너 내 사랑! 공주와 만나겠지요.

 

  지금은 오직 그날만을 기다립니다.

 

 


  공주를 생각하면서 강아지사료나 간식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제발 먹는 음식가지고 장난치지 말고 양심껏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