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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그스토리

푸들 강아지 장례식

 

  빨리 찾아온 겨울 추위가 기세를 올리던 12월의 어느 날 아침,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화이트 푸들 아름이가 지난 밤, 별이 되었다는 슬픔 가득한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이미 떠나 간 아름이를 밤새 울면서 품에 안고 있었다는 지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15살된 노견이지만 평소 건강한 편이었고 식욕도 좋았던 모습을 얼마전 보았었기에 놀라움이 컸지요.

 

  며칠전, 아름이가 소변을 보면 피가 묻는다며 걱정하길래 믿을 만한 병원에 가보도록 권했었지요.
문제는 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의 영업이 힘들어 마음과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었죠.

 

요즘 영세 자영업자들 정말 어렵거든요. IMF 때보다도 장사가 안된다는 말, 어디서나 들을 수 있어요.

서둘러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는 지인을 위로하면서 장례방식을 의논했습니다.

 

 

 

아름이와 닮은 강아지예요.

 


  먼저 합법적인 두 가지 장례방식은 제외했지요.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장례업체에서의 화장이지요.
쓰레기 봉투에 넣는 것은 반려인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서, 화장은 비싼 비용때문에 제외했습니다.

 

또한 강아지 화장후 남은 유골로 반지나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방법은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지요.
가격도 비싸지만 삶을 떠난 생명은 자연으로 빨리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최선이기 때문이었죠.

 

의논끝에 아름이를 가까운 공원에 묻어 주기로 결정한 다음 날, 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아름이를 만났습니다.
며칠동안 거셌던 한파가 땅을 얼려 아름이의 마지막 길을 힘들게 하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지요.

 

 

 

 

 

 

  햇빛 잘 드는 장소를 찾아 낙엽 수북이 쌓인 곳을 택해 삽질을 해 보니 금새 자연의 속살이 보이더군요.
속으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한파 초기이고 낙엽이 보온역할을 해서 땅이 얼지 않았나 봅니다.

 

  아름이를 수건에 감싸서 곧게 누이고, 옆에는 평소 가장 좋아했던 인형과 간식을 놓았습니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 인형은 아름이에게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다네요.

 

발정이 올 때마다 상상임신을 했던 아름이는 집안의 인형을 모두 모아서 길렀다더군요.
함께 사는 요키 강아지의 장난감까지 뺏어서 품에 안고 두 달 동안 기르던(?)인형중의 하나였지요.

자식처럼 아끼던 인형과 함께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된 아름이, 가는 길 외롭지 않았을 거라 믿어요.

 

 

 

 

 


  15년동안 지인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으니 강아지로서 불행한 삶은 결코 아니었다고 생각하겠죠.

세상의 모든 강아지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을 때나, 떠날 때 항상 착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흙을 골라 부드럽게 아름이를 덮은 다음, 춥지 말라고 낙엽을 두껍게 두껍게 덮어 주었습니다.
마침 아름이를 묻은 장소가 현관에서 잘 보이는 곳이더군요, 오갈 때마다 안부인사를 하게 되네요.

 

 

 

 

  "이 세상에서 행복했던 그대로 그 곳에서도 늘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