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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그스토리

푸들 노견 이야기

 

  강아지들은 가족과의 스킨십을 참 좋아합니다.


까칠한 기질을 가진 강아지나 아픈 강아지의 경우에는,

사람이 지나치게 안으면 싫어하거나 거부하지만
건강한 강아지들은 대부분 좋아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지요.

 

수백개를 넘는 견종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견종이 푸들인데요,
애견샵을 그만둔 지금도 푸들 노견 한 마리가 가끔 생각납니다.

 

13살이 넘은 남아로서 백내장이 심해 시력을 거의 잃은 아이였죠.

 

  일반적인 강아지들은 거의 미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용샵 근처에만 와도 온 몸을 떨거나 안 들어가려고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푸들 아이는 꼬리를 치면서 상냥하게,

또 얌전하게 미용을 즐기는 것은 물론,
미용후에 간식을 손으로 주면 아주 맛있게 먹곤 했지요.

 

보통 강아지들은 미용후에 먹을 것을 줘도 외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미용후 뭔가를 먹는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에 속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푸들은 사람의 손길을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잘 아시다시피, 푸들은 아주 영리한 견종이라 사람과의 교감에 더욱 민감하거든요.

 

예전에는 어떤 여성과 살았었고 현재는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는데요,
미용과 투약등의 관리는 따로 사는 아들이 필요할 때 와서 해 주는 환경이었습니다.

 

모색이 흰색인데 미용 올 때마다 회색에 가까운 모습으로 오곤 했습니다.
즉, 올 때는 회색 푸들, 갈 때는 흰색 푸들이었던 거죠.

 

 

 


미용후 한번도 목욕을 시켜주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몰골이었는데요,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푸들 아이가 참 외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낯선 곳에 와서도 미용을 잘 받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마음이 참 무겁더군요.

 

  더욱 안타까웠던 일은,
제가 주는 간식은 잘 먹고 갔던 이 아이가 집에 가서는 밥을 전혀 먹지 않더라는 거죠.

 

그래서 손으로 부드럽게 주었더니 그 때서야 먹더라는 말을 전해 들으니,
늘 혼자 있어야 했던 푸들이 그렇게라도 사람을 잠시라도 잡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이 푸들보다  더 허약했던 그 아이~

 

  문제는 할아버지도 병약하신 상태라서,
푸들 밥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일 조차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들이 갈 때마다 "저 애 어디로 보낼 수 없냐?"는 말씀을 반복하셨다네요.
미용을 맡기러 오신 젊은 아들로부터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지요.

 

"아픈 노견을 보낼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습니다.
13살이면 노견이라 오래 살 지도 못하니 그 때까지라도 잘 보살펴 주세요."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잘 먹고 미용도 잘 받던 성격좋은 푸들 노견!
1년이상 소식을 듣지 못해서인지 잘 살고 있을까, 별이 된 것은 아닐까 궁금해 지네요.

 

 

 

 

푸들 노견을 떠올리다보니,
'처음 사랑 끝까지' 베푸실 수 있는 분만 입양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의 보살핌은 어린 강아지시절보다 심신이 쇠약해지는 노후에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죠.